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마련하는 방안들이 현실성 부족이라는 공통된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시장흐름과 금융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이 마련돼 금융 당국간에도 손발이 않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한 대규모 퇴직자를 위해 재취업을 방안 마련했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김대중 대통령과 진념 재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 조기 민영화 방침을 천명했지만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회복될 기미가 없던 상황에서 미국 테러사태 이후 정부가 지분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조기 민영화는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모든 금융기관에 해당하기 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서울은행, 대한생명의 매각을 매듭짓고 제주은행이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조직에 편입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총 7만8600여명에 달하는 은행권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방안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0월부터 금융기관과 기업의 퇴직자를 재교육시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지원하고 있는 5000개의 IT 및 벤처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중, 장년의 숙련된 금융노동자가 재무·회계 분야에 취약한 IT 및 벤처 기업에 재취업하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업 관련 전문가들은 IT 업계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퇴직자를 연령별로 보면 40세 이상이 전체의 43% 이상으로 이들 연령대는 업체들이 고용을 기피하는 연령대로 IT, 벤처 업체들이 이들을 채용할 리 없고 채용해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상황을 감안해도 IT 업체로의 재취업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하고, 메릴린치도 올해 IT지출은 2.6%, 내년에는 4.6%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IDC는 세계 경제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2003년까지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은 1500억달러에 달하는 IT지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전세계 PC매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 교육을 통해 취업을 확대한다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선 실업률을 낮춰보자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