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바뀌고 있다. 합병과 지주회사설립 등 물리적이고 외형적인 변화를 경험한데 이어 은행 지분의 소유구조와 경영에 대한 기본원칙도 모두 바뀐다.
은행법 개정에 따라 산업자본이든지, 대기업이든지 누군가 은행의 주인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돼 수익성 위주의 경영과 시장가치 상승을 위한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책임경영이 가능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금융계 및 학계 일각에서는 대기업 및 일부 기업의 은행 소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성과 다수의 고객을 상대한다는 은행의 특성상 이른바 재벌의 사금고화와 상업성 치중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은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 발생을 감수하더라도 조속히 은행에게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국내 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합병과 지주회사 설립이 확산되면서 대형화만이 은행 생존의 최선책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하고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분한도의 확대는 적절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동일인 은행주식 소유한도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개선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투자회사(뮤추얼펀드)와 연기금, 보험회사 등도 은행주식을 10%이상 취득, 은행을 경영할 수 있게 됐다.
재벌 등 산업자본은 은행주식을 4%이상 취득할 수 없어 은행소유가 사실상 힘들다. 물론 2년내에 금융자본으로 전환할 것을 금융감독당국과 합의하고 제조업비율을 25%밑으로 낮추고 제조업 자산을 2조원미만으로 줄이면 은행소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른바 사양산업으로 취급받는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 기존의 경영전략과 자기자본 비중을 줄이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 대기업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더욱이 은행에 대한 대주주의 사금고화와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은 은행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왕에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고 책임경영을 일임하는 마당에 경영의 자율성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모든 거래를 이사회에 사전 승인 받아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여기에 금감원이 대주주의 위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에 따라 경영위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편 개정안에는 은행이 투자목적으로 다른 은행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은행의 부실채권을 이관받아 제한적인 은행업무를 하면서 부실채권의 관리와 회수를 전담하는 자산관리은행(Bad Bank)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