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등 비금융회사의 스크린스크래핑 기반 계좌이체서비스가 은행의 영업권 침해 행위라는 내용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감독당국이 서비스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감독 당국의 의견은 향후 스크래핑을 이용한 서비스의 법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스크래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금융회사들에 소송을 걸었다가 취하한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지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런 사례를 참고해 볼 때, 스크래핑을 통한 계좌이체는 은행이 실행하는 결제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법의 정당성 문제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책임일 뿐 영업권 침해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 및 관련업계에서는 사전 협의 없이 계좌이체 화면을 끌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은행의 고유 영업 영역인 결제권 침해 행위라는 은행측의 주장과 스크래핑서비스는 자체적으로 결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금융기관의 결제 프로세스를 모아놓은 것 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비금융회사들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특히 조흥은행의 경우 은행의 결제권을 침해하는 스크래핑 서비스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가 결국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흥은행은 비금융권 회사들의 스크린스크래핑 서비스를 막기 위해 이달 초부터 인터넷뱅킹 사이트의 계좌이체 화면을 이틀마다 한번씩 바꾸고 있다. 스크린스크래핑은 서비스 제공업체의 서버나 고객 PC가 각 금융기관의 인터넷 사이트 화면을 긁어오는 방식으로 해당 금융기관의 사이트가 자주 바뀔 경우 금융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업데이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사전 협의나 제휴 없이 비금융회사들이 스크래핑을 이용한 결제를 실행하는 것은 명백한 영업권 침해 행위라는 주장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스크린스크래핑은 조회 서비스를 위한 것이지 결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스크래핑 솔루션 업체 및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에 대한 법적 권리 행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얼마전 핑거의 ‘마이핑거’를 이용하는 옥션에 영업권 침해에 대한 법률권 검토중임을 통보했다.
핑거 등 계좌통합관리솔루션 업체들은 인터넷뱅킹이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시행하는 서비스를 모아놓는 것 뿐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핑거 관계자는 “스크래핑 솔루션에서 계좌이체가 일어나도 거래건수는 은행 홈페이지내에서 체크된다”며 “제휴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지만 특정 금융기관하고만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은행들은 비금융회사들이 스크래핑을 활용한 계좌이체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에 불만은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제일 한빛 외환 한미 하나 등 이미 스크린스크래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은행들은 비금융회사들의 서비스 여부를 반대할 명분도 없는 형편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 등 비금융권 업체들이 결제권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막는 것 보다는 은행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스크래핑을 이용한 계좌이체 서비스가 나왔다는 것은 시장에서 그런 요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결국 시장 논리로 해결되겠지만 금감원이 선을 그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