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침은 자금의 공급자 입장만을 고려한 것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조건을 완화해도 기업들은 시설 확충의 여력이 없어 자금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업금융 담당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19일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국책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간담회를 갖고 설비투자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방안으로 국책은행들이 설비금융과 수출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기간 8년 연리 7~8%의 특별설비자금 1조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5백억엔의 엔화자금을 연3%이내, 5년이내로 대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도 6000억원의 중소기업 특별시설자금을 마련, 연 8%수준에서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 4월에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시설자금 예산을 확충해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집계 결과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6월말 현재 올해 목표액 6조 3000억원중 41%선인 2조5739억원의 시설자금을 공급했고 지난해 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한국전력 등 공공부문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아 실제로 민간기업에 지원된 자금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경우도 연초 1조4600억원이었던 시설자금이 4월 정부의 시책에 따라 1조원, 여기에 6000억원이 다시 추가돼 3조 600억원이 책정됐지만 6월까지 집행실적은 7745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지원확대를 위해 제조업 위주에서 운수, 창고 등 비제조업으로 대상을 확대했고 영업점장의 전결권한도 상향조정하는 등 지원절차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됐다. 하지만 4월 이후에도 실제 공급 규모는 매달 15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또다시 정부가 시설자금에 대한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히는 것은 기업의 현실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계 담당자들의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기업에 지원되는 자금 중 시설자금의 명목으로 대출되는 규모는 극히 적은 부분”이라며 “지금은 자금의 공급원을 늘리는 측면보다 수요진작에 주안점을 둬야 할 때로 세제혜택의 증대 등 설비투자의 실질적인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