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융권에서 컨설팅은 새로운 분야인 e-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체 업무의 객관성과 권위성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임원진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알고보면 외국 컨설팅 업체들의 컨설턴트들이 국내 금융권 문화나 경영환경을 파악하지 못하는 관계로 제대로 된 진단책이 나오기 힘들다”며 “컨설팅비로 거액을 날리기보다 내부 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실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은 은행권. 은행들은 보통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컨설팅을 받으며 한달에 약 5~6억원씩의 비용을 지급한다. 은행권에서 e-비즈니스 컨설팅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곳은 외환(PwC) 한빛(맥킨지) 국민(PwC) 산업(KPMG) 조흥(아더앤더슨) 등이다. 한빛은행은 지난 1월부터 1년 기한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거시적 전략은 물론 개별 프로젝트 계획부터 벤더 선정에까지 맥킨지社가 관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포털社 설립 준비팀 11명중 6명이 보스턴컨설팅 직원들이다. 금융포털社 설립 컨설팅 비용으로만 일주일에 1억원씩을 지급하고 있으며 포털회사에 필요한 솔루션 구축 업체도 보스턴컨설팅을 통해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신한은행 금융포털社 사업성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며 “보스턴컨설팅의 진단이 맞을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사들이 금융기관에 내놓는 e-비즈니스 전략은 시장선점, 포털화, 아웃소싱 강화 및 내부조직 독립을 통한 효율화 추구, CRM도입 등으로 모두 비슷하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고 인터넷 서비스 시장 선점 경쟁에 열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특색없고 효과도 없는 전략 마련에 돈만 쏟아부었다는 반성론이 일고 있는 형편이다. 컨설팅사들이 올해 초까지는 순수 온라인 기반 확대와 시장선점 전략을 적극 추천하다가 근래에는 온-오프라인 복합 전략을 주장하고 있는 등 거시적 컨설팅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e-비즈니스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기초적인 방향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컨설팅이 어느정도 필요했지만 지금은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나 e-비즈니스 추진에는 시차가 거의 없어 그 필요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며 “금융기관 임원진이 내부 인력을 믿고 충분한 물적지원까지 한다면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