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전자금융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면 계좌개설부터 대출, 입출금까지 모든 거래를 금융기관에 나가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서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는’ 전자금융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법률에서는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려면 본인이 은행에 직접 가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해 놨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에 사용하던 계좌가 없으면 인터넷상에서 신규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며 거래 은행이 바뀔 때마다 일일이 직접 가서 실명확인을 해야 거래를 틀 수 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전자서명법에 따르면 일단 한번 받은 전자서명키로 실명확인을 대체할 수 있지만 금융실명법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시작할 때는 다시 직접 가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신규계좌개설을 신청하고 청약서를 출력, 작성해서 예치금과 함께 해당 은행에 우편으로 보내면 은행에서는 본인이 인터넷에서 입력한 자료와 청약서를 비교해 실명확인 후 계좌번호와 패스워드 등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결국 고객은 은행에 한번 나가지 않고도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금융 및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이같은 전자금융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확대된 개념의 공인인증서를 통해 금융실명법을 보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은행간에 공동으로 통용될 수 있는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사용중인 계좌가 어느 은행에 있든 인터넷상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인인증서가 통용되면 은행의 건전성과 금리에 따라 고객이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보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인증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축적되는 대로 빨리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한편 정부는 금융실명법시행규칙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자금융거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법령이 의외로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어 관련법규 정비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부가 각 부처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금융실명법까지 보완한 법령을 내놓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금융기관에서 질높은 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자면 금융실명법을 조속히 시정 보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