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감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연합회는 작년 1월 하나은행을 통해 특정금전신탁으로 매입했던 현대건설 CP 300억원을 최근 실물로 지급받은 뒤 지난 20일 이를 외환은행에 교환제시했다.
하나은행이 현물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CP를 실물로 지급했고 만기연장협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새마을금고연합회측이 이를 돈으로 지급해 달라며 교환제시한 것이다.
금감원 표준약관에는 특정금전신탁이 만기도래했는데도 투자자산의 현금화가 어려울 경우엔 수탁자인 은행이 이를 신탁가입자에게 현물(CP)로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현대건설은 만기연장 협약을 위반해 제시된 어음이라며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어음이 만기가 됐다면 해당 은행은 협약에 따라 당연히 이를 고유계정에서 떠안고 돈을 대신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지급했어야 한다`면서 `작년 12월에 맺은 부도유예 협약은 이같은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하나은행측은 현재 특정금전신탁의 성격상 하나은행은 현대건설의 CP를 대신 매입해준 것일 뿐 하나은행의 자산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각되지 않는 어음에 대해 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규약에 따라 실물로 지급했을 뿐`이라면서 `아무리 협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특정금전신탁의 자산을 고유계정에서 매입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의 이같은 행위가 채권단의 만기연장 약정에 위배될 경우 하나은행을 강력히 제재할 방침을 세워놓고 하나은행측에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건설 만기를 연장토록 약속한 이상 하나은행은 CP를 계속 떠안고 신탁 계약자에게는 현금을 내주었어야 한다`며 `만일 하나은행이 `나는 살겠다`고 얌체짓을 했다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채권 금융기관이 앞에서는 기업 지원약속을 하고 뒤에서는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한다면 해당 금융기관의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