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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닷컴열풍’의 허와 실/ 의미없는 선점경쟁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11-05 12:24

‘1등=시장선점’그릇된 인식에 “먼저하고 보자” 만연

올해 초 금융권에 닷컴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금융기관들은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였다. 시장 진입이 쉽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인터넷에서는 무조건 먼저 서비스를 시작해서 인지도를 높여야 1등이 된다는 믿음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금융서비스가 도입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돌입하자 ‘선점’보다는 오프라인 기반과 브랜드 가치, 꾸준한 창구 마케팅이 온라인에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선점’으로 인한 성공의 대표 사례로 꼽혀온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사이버대출을 시작하며 온라인에 강한 은행으로 입지를 굳혔다. 신한은행은 기존 거래고객이 아니어도 대출을 해주는 등 사이버대출을 통한 인터넷뱅킹 고객 확대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8월말 기준 인터넷뱅킹 고객수를 보면 조흥 63만802명, 국민 42만2442명, 주택 21만2022명, 한빛 15만2467명, 신한 15만1038명 순으로 나타나 오프라인 기반이나 꾸준한 창구 마케팅이 인터넷뱅킹 고객 창출에 더욱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모바일뱅킹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미은행이 처음으로 이를 도입한 이후 한동안 은행간에 ‘선점’경쟁이 벌어졌지만 전체 이용고객수가 아주 미미한데다 이동단말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이 또한 무의미해진 상태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삼성 인터넷폰을 통한 모바일뱅킹을 선보였으나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 대중화에 실패했다.

은행들이 현재는 인터넷이 가능한 PCS와 핸드폰을 이용한 뱅킹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IMT2000이 상용화될 경우 이를 활용한 서비스 선점 경쟁에 뛰어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를 다른 은행에서 먼저 실시한다고 언론에 발표가 나면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져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서비스 시행을 발표하기 위해 뛰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은행들이 선점 경쟁을 벌일 때 우리도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결국 모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자 수십억원씩을 낭비한 꼴밖에 안됐다”며 “무의미한 선전경쟁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특화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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