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은행 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경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합병이 자유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될 때이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은행 산업의 시장점유율 및 독과점 등을 판별하는 지표는 은행의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다 합한 총수신 지표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신 기준으로 합병 후 1개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50% 안팎에 이르는 등 경쟁 제한 요건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또 “합병후 상위 3~4개사가 시장의 70%를 점유하면 합병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혀 현재 논의되는 다수 우량은행 합병 및 지주회사를 통한 대형은행의 탄생이 공정거래법에 의해 제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신탁계정을 포함한 은행권의 총수신은 453조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국민 주택등 몇몇 우량은행간 합병만을 통해서는 453조원의 50%에 육박하는 합병은행이 탄생하기는 어렵다. 국민(70조원) 주택(53조원) 신한(35조원) 한미(23조원) 하나(40조원) 등 5개 은행을 다 합해야 총수신이 약 22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은행간 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으려면 은행간 합병후 상위 3~4개 은행이 총수신의 70% 안팎을 점유해야 될 전망이다. 9월말 현재 국민 주택등 5개 우량은행과 조흥 한빛 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 8개 은행의 총수신은 340조원으로 은행권 총수신 453조원의 75%에 육박한다. 따라서 이들 은행이 합병을 통해 3~4개로 정리되면 공정거래법만으로도 공정위는 제동을 걸 수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경쟁제한 요소가 다분하더라도 합병과 주식인수 결과가 규모의 경제나 비용절감 등의 긍정적인 요소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허락한다는 다소 정치적·주관적인 기준도 있어 은행 합병을 공정위가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러한 이유로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허가해준 바 있다.
게다가 은행간 합병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조합의 합병이 시작되고 시장 점유율 등이 공정거래법상에 위배되지 않는 한 공정위는 은행간 합병을 묵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공정위는 은행 합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해 “특정 은행이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지 여부 및 예외 인정에 해당되는 지 여부는 합병계획이 구체화되어 공정위에 신고되는 시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은행간 합병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