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은행구조조정을 앞두고 조흥은행이 장기적 안목에서 여러 가지 생존전략을 검토중이고, 그 중에는 교보생명과 손잡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계 안팎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조흥은행의 구상은 국내를 대표하는 생보사이면서 금융전업 이미지가 강한 교보와 지주회사로 뭉치거나 다소 느슨하긴 하지만 상호 출자형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생존의 안전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조흥은행은 교보로서도 자신들과의 제휴가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어차피 금융의 세계적 추세가 겸업화이고 하반기부터는 은행지점에서의 보험상품판매(방카슈랑스)가 허용되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교보도 현재와 같은 가족경영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영 노하우 공유 등의 측면에서도 대형은행과의 제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보의 반응은 아직은 냉담하다. 교보는 일부 은행들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음을 인정하고 자신들도 다각적인 종합금융화 전략을 검토중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걸림돌은 기득권 문제와 연결되는 오너십의 충돌. 교보는 기본적으로 은행업 진출에 관심이 있고 지주회사제가 도입될 경우 이를 제도적으로도 보장받게 된다. 다만 뚜렷한 주인이 있는 기업으로, 은행업에 진출하더라도 생명보험업을 본체로 한 은행자회사를 갖기를 희망한다. 이 점이 조흥은행의 생각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조흥은행이 바라는 것은 하나의 지주회사 밑에 병립하는 대등한 자회사 관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험업에 종속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은행원들의 현실적 정서도 문제가 된다. 결국 교보는 방카슈랑스가 아닌 ‘인슈어뱅킹’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기득권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슈어뱅킹을 전제로 하더라도 교보는 현시점에서 은행업 진출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대개의 은행이 부실화돼 있어 기존 은행을 인수할 경우 동반부실화 등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보의 내심은 은행권 2차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에서 외국자본과 합작으로 ‘클린뱅크’를 만들겠다는 쪽이고, 현재로서는 관망하자는 생각인 듯하다. 관치와 부실화를 제도적으로 막으면서 은행업에 자연스럽게 진출하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목전에 닥친 방카슈랑스는 교보에게도 부담스럽다.
당장 ING, 알리안츠등이 주택, 하나은행과 출자관계를 맺음으로써 기존 생보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교보는 우리 풍토에서 방카슈랑스의 위력이 은행업 진출이나 제휴를 서둘러야 할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휴관계를 맺을 경우 방카슈랑스로 이행하는데 상호 이해조율 등에서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보험상품 판매력은 보험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보, 삼성등 간판급 생보사들이 많은 은행들과 업무제휴를 해놓고도 신설 생보사들과는 달리 실제로 보험판매 부스를 설치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조흥은행과 교보의 만남, 그것은 어느 한 쪽의 파격적 양보가 없는 한 아직은 개연성은 있지만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이양우 s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