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을 만드는 플레이어인 자산운용사는 '어떤 펀드를 토큰화(Tokenization)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따라 토큰화에 적합한 상품을 선별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이 때 모든 상품을 토큰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을 무더기로 양산할 필요도 없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화를 통해 펀드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유동성 관리를 개선할 수 있게 설계하고 구조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향후에는 온체인(on-chain)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가 토큰화 펀드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록 ‘BUIDL’ 등 글로벌 운용사 앞장
11일 NICE신용평가의 '토큰증권 제도화, 조각투자를 넘어 자본시장 인프라로' 리포트(2026년 10월)에 따르면, 사모사채·대출채권과 MMF(머니마켓펀드) 등 기존 정형자산에서는 신규시장 형성보다 기존 금융업무와 자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가 주요 토큰화 유인으로 작용한다.NICE신용평가는 "MMF는 분산원장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지분의 이전·환매 절차를 개선하고, 토큰화된 MMF를 환매조건부채권(Repo)이나 파생상품 증거금 등 다른 금융거래 담보로 활용함으로써 자금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화 펀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선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 블랙록(BlackRock)의 'BUIDL',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BENJI' 등이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 및 단기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한 토큰화 펀드를 선보였다.
한국도 오는 2027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에 맞춰 정형증권 토큰화를 단계적으로 시작, RWA(실물자산 토큰화)에 합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 따르면, STO 시행에 따라 1단계에서 펀드, 채권의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증권, 비상장주식의 신탁방식 토큰화를 추진하고, 공모 조각투자증권 토큰화도 허용할 계획이다. 이후 2단계에서 공모증권으로 토큰화 인프라를 확대하고, 3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한 온체인 결제를 구현할 계획을 세웠다.
“투자자 편익 연결 상품구조 설계해야”
토큰화 펀드 등 활성화를 위한 자산운용업계의 승부처는 상품 설계다.국내 자산운용사 A 관계자는 "토큰화에 적합한 상품을 선별하고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투자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상품 프로바이더인 운용사 입장에서는 토큰화의 장점인 접근성, 유통 편의성, 결제 효율성 등을 실제 투자자 편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상품 구조와 유통 방식에서도 차별화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토큰화 상품이 MMF·국채 등 안정형 자산에서 출발한 것은 결제 편의성과 담보 활용성이 토큰화의 실질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운용업계 B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모든 펀드를 토큰화할 필요는 없으며, 실시간 결제, 글로벌 유통 등 온체인 강점이 명확한 자산부터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며 "향후 온체인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제시했다.
투자자 보호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됐다.
자산운용업계 C 관계자는 "토큰화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산과 상품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고, 기술 구현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제도 정비를 기반으로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A 관계자는 "인프라 사업자 간 협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내부통제 체계 마련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권리관계 구분·가격 변동 정보 등 시스템 중요
토큰화 관련한 글로벌 시장의 법·제도 체계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난해 7월 미국에서 제정된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진전되면서, 온체인 현금성 자산과의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CLARITY Act)'의 경우 미국 상원에서 법안이 부결(찬성 49표, 반대 50표)됐는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토큰화 증권 거래를 일정 기간 허용하는 혁신면제(규제 샌드박스)를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아직 토큰화 펀드 관련해서 역외시장의 기술검증(PoC) 등에 한정되고, 향후 국내 및 국외 발행과 유통은 관련 법령과 규제 당국의 확인 절차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추진되고 있다. STO 제도 시행 전에는 기술 검증 및 인프라 준비 활동에 한정해서 진행될 계획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D 관계자는 "토큰화 펀드, STO 등 시행에 따른 소유권 등 권리관계 부분의 명확한 구분, 가격 변동 정보 등에 대한 시스템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 관계자는 "기관 등 전문투자자부터 일정 규모 이상 자산가, 혹은 예탁금 일정 금액 유지 투자자, 그리고 일반 투자자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시행 전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제도적인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큰화의 종착역은 ‘디지털화’
디지털화가 토큰화 펀드의 핵심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기존 펀드의 지분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금융상품의 발행부터 결제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거래 및 정산 흐름을 단순화해서 운용 효율성, 결제 처리, 유동성 관리 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별도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 형태로 발행 및 거래될 경우, 이를 통해 24시간 거래와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T+0)가 가능해진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만 토큰화 펀드의 리스크 요인도 고려돼야 한다. 특히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
국제금융센터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부상과 잠재 리스크' 리포트(2026년 1월)에서 "결제 시점의 불일치로 인해 환매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경우 기초자산과의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될 수 있으며, 타 위험자산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금센터 리포트는 “토큰화 MMF는 블록체인의 운영 상 이점을 활용할 수 있으나, 시장 스트레스 시 투자자들이 동시다발로 환매에 나서는 일이 발생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 매각이 수반되면서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유동성 위축이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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