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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은행은 정말 앉아서 돈을 벌까?

김성훈 기자

voice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8 00:00

은행 이익 확대, 이자수익 아닌 비용 축소 덕
가계 신용대출 금리 상승분 89%가 ‘기준금리ʼ

▲ 김성훈 금융1팀장

▲ 김성훈 금융1팀장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은행권 이자장사.'

실적 발표 시즌이나 대출금리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표현이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받은 대출이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자의 주변에도 “은행은 앉아서 돈 버는 것 아니냐”거나 “고객 이자를 떼어 쉽게 돈을 벌지 않느냐”고 말하는 지인들이 있다.

그렇다면 은행은 정말 앉아서, 쉽게 돈을 벌까.

비이자익 부진에 영업 압박↑

우선 은행원들도 상당한 실적 압박을 받는다. 앱 가입자 모집부터 카드,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퇴직연금까지 영업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 만난 한 현직자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주말이나 퇴근 후 친한 행원끼리 모여 대면 영업을 도는 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기 위해 사비를 쓰는 경우도 있다는 토로가 뒤따랐다.

단순히 창구에 앉아 방문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 행원 업무의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권의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로 업무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객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영업까지 AI가 대신하기는 어렵다.

최근 영업 압박이 커진 배경 중 하나는 비이자 부문의 부진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026년 상반기 비이자이익 합계는 1조 7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 8198억원보다 1조 451억원, 37.1%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에는 수수료뿐 아니라 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관련 손익과 기타영업손익이 포함되기에, 이를 곧바로 일선 직원의 영업 성과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의 호조에 기대 손쉽게 이익을 늘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조달비용 줄여 이익↑

은행이 큰돈을 번 것은 사실이다.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결당기순이익 합계는 9조 331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0.8%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21조 7579억원에서 22조 9582억원으로 8.9%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은행이 고객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아 순이익을 늘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은 약 42조 81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감소했다. 자산에서 벌어들인 이자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조달비용을 더 축소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이자비용은 약 26조 3876억원에서 24조 3553억원으로 2조 323억원, 7.7% 줄었다.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과 시장성 조달의 가격·만기 구조를 관리하는 동시에 저원가성예금을 확보해야 한다. 급여이체와 카드 결제계좌, 기업 운영자금, 기관 자금 등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영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출금리 상승분 9할은 '기준금리' 영향

이자장사와 함께 자주 지적받는 ‘대출금리 인상’ 문제도 구체적으로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은행이 2026년 7월 새로 취급한 가계 일반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단순 평균 5.47%였다. 2025년 7월 4.63%보다 0.8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분의 대부분은 은행이 직접 정하는 가산금리가 아니라 지표금리 등에 연동되는 기준금리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2.54%에서 3.30%로 0.75%포인트 올랐다. 전체 대출금리 상승폭의 약 89%에 해당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로 결정된다. 가산금리는 3.61%에서 3.70%로 0.09%포인트 상승했고, 우대·감면 효과를 나타내는 가감조정금리는 1.52%에서 1.53%로 0.01%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대폭 높여 대출금리 상승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점수별로 보면 은행의 가격 조정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5대 은행 단순 평균 기준 700~651점 차주의 기준금리는 전년 동월보다 0.90%포인트 올랐지만 실제 대출금리 상승폭은 0.14%포인트에 그쳤다. 가산금리를 0.27%포인트 낮추고 가감조정금리를 0.50%포인트 확대했기 때문이다.

650~601점 구간은 기준금리가 0.89%포인트 상승했는데도 실제 대출금리가 0.20%포인트 하락했다. 600점 이하에서는 기준금리가 0.82%포인트 올랐지만 가산금리는 1.59%포인트 낮아지고 가감조정금리는 0.33%포인트 확대되면서 실제 대출금리가 1.09%포인트 떨어졌다.

은행은 큰돈을 번다. 이자이익이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돈을 모두 고객의 대출이자에서 손쉽게 떼어왔다거나, 은행원이 창구에 가만히 앉아 벌었다고 단정하는 순간 실제 수익과 비용의 구조는 사라지고, 포용금융을 위한 은행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은행의 고수익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앉아서 돈 번다’는 익숙한 수사보다, 은행이 어디에서 얼마를 벌고 무엇을 줄여 이익을 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은행이 져야 할 책임은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을 강화하는 데 있지, 근거 없는 비판까지 감수하는 데 있지는 않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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