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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80%나 줄여” 현대엘리베이터 ‘K-승강기’ 신화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7 00:00

주요 부품 90% 미리 조립
27층 높이도 모듈로 ‘척척’
오티스·티케이 등과 차별화

▲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센터파크 현장에서 3개층으로 사전 조립된 ‘이노블록’의 모듈이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적층되고 있다.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센터파크 현장에서 3개층으로 사전 조립된 ‘이노블록’의 모듈이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적층되고 있다.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세계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고층 건물 승강기 설치·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다른 글로벌 승강기 업체들에 비해 안정성과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퍼스트·세이퍼·패스터

현대엘리베이터는 모듈 형태 제품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차세대 솔루션 ‘이노블록(ENOBLOC)’을 론칭했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센터파크 현장에서 27층형 적용 실증(QC 검사)을 마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의 강점은 ‘퍼스트(First)·세이퍼(Safer)·패스터(Faster)’로 요약된다. 세계 최초 상용화(First)에 더해 고소 작업을 없앤 안전성(Safer)과 공사 기간을 최대 80% 줄이는 속도(Faster)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모듈러 공법은 건물을 지을 때 부품을 현장에서 하나씩 조립하는 대신, 공장에서 완성품 단위로 만들어 현장에서 결합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아파트 건설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지만 승강기 분야에서는 상용화가 어려웠다. 좁고 긴 승강로 안에서 수십 미터 높이까지 부품을 정밀하게 쌓아 올려야 하는 데다 하중과 지진, 좌굴(휨) 등을 함께 계산해야 해 기술 난도가 훨씬 높다. 그래서 20층 이상 고층 건물에 이 공법을 적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도심 현장은 모듈 적재 공간 확보와 동선 관리도 중요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동식 조립장(샵장)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부피가 큰 모듈을 면 단위로 이송한 뒤 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장소 제약 없이 시공할 수 있다.

아파트 넘어 상업시설로 확장

이노블록은 승강기 주요 부품의 9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조립한다. 현장에서는 3개 층 단위로 미리 짠 모듈을 타워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결합만 하면 된다.

기존에는 승강로 내부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고소 작업이 불가피했지만, 이 과정 자체가 사라지면서 추락·낙하물·협착 등 주요 사고 유형이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공법을 활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송도 현장에서는 일부 구간에 적용한 결과만으로 공기가 약 40일 줄어들었으며, 전량 적용 시 2개월 이상 단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 말 경기 화성 동탄 소재 ‘렉서스 동탄네트워크’ 현장에 이노블록 2대를 설치했다. 5층 규모와 2층 규모 각 1대씩이다.

이는 아파트가 아닌 상업·서비스 시설에 적용된 첫 사례로, 오피스·공장·상가 등 건축 전 영역으로 적용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연내 약 20대가 추가 설치될 예정으로, 이노블록이 단발성 실증을 넘어 본격적인 상용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해외 특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미국·중동 등지에 모듈러 구조와 고층 적용 기술을 중심으로 약 60건의 특허를 출원·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40건은 이미 출원을 마쳤고, 이동식 조립장 시스템과 모듈 교체·현장 조립 기술 등을 중심으로 약 20건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조재천닫기조재천기사 모아보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이노블록은 고위험·비효율·환경 부담을 줄이는 등 건설의 패러다임을 바꿀 솔루션”이라며 “세계 최초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하는 ‘K-엘리베이터’ 위상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들과 차별화

글로벌 승강기 업체들은 현대엘리베이터와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오티스는 ‘스카이빌드’라는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한 층씩 함께 상승하는 임시 승강기를 설치했다가 준공 후 정식 승강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공사 기간 내내 자재·인력 운반용으로 쓰다가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쉰들러는 로봇을 승강로에 투입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승강로 내부를 스스로 오르내리며 앵커볼트를 뚫고 가이드레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하던 위험 작업을 로봇으로 대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립 자체는 여전히 현장에서 이뤄진다.

티케엘리베이터(옛 티센크루프) ‘모듈러 시너지’는 용도가 다르다. 승강기가 없던 기존 저층 건물에 승강기를 새로 넣어주는 리모델링용 제품으로 고층 신축 현장에는 활용되기 어렵다.

미쓰비시전기는 1983년부터 ‘무비계(WOS)’ 공법으로 승강로 내부 비계를 없애 안전성을 높여왔지만, 이 역시 현장 조립을 전제로 한 기술이다.

그동안 임시 승강기를 영구 시설로 바꾸거나 로봇으로 현장 작업을 대신하고, 기존 저층 건물에 승강기를 더하는 방식은 있었지만 신축 고층 현장에 공장 완제품 모듈을 통째로 투입하는 사례는 없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이노블록이 ‘세계 최초’를 내세우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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