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완종 SK AX 사장
‘넘버4’로 전락
SK AX는 지난해 5월 사명을 기존 SK C&C에서 SK AX로 바꿨다. 27년만에 이뤄진 사명 변경은 ‘AI(인공지능) 중심 기업’으로의 도약 선언이었다. 최태원닫기
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 진두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추진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에 따라 미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 효율과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사명 변경과 함께 회사는 AI 트렌드를 주도한 최적의 적임자로 김완종 신임 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완종 사장은 20년 ‘SK맨’이다. 과거 SK C&C 시절부터 클라우드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직전까지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았다.
회사는 김완종 사장 선임과 관련해 “국내 주요 산업의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을 AX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경영진 교체와 사명 변경이라는 고강도 승부수가 단행된 배경에는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시장을 지탱하던 삼성SDS·LG CNS·SK AX의 전통적 3강 체제가 지난 2022년부터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실적 추이를 보면 SK AX 외형 성장 정체는 분명해 보인다.
2022년 SK AX 별도 기준 매출은 2조1968억 원으로, 같은 해 2조2408억 원을 기록한 현대오토에버에 처음으로 덜미를 잡혔다. 본질적으로는 두 회사가 영위하는 핵심 사업 수익 지속성 차이가 불러온 결과였다.
두 회사 모두 그룹사 중심 안정적 매출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실적을 견인하는 세부 포트폴리오 성격이 달랐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계열사 합병을 기점으로 투입 대비 수익 확장성이 높은 솔루션 및 라이선스 중심 사업 구조를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SK AX는 핵심 역량이 여전히 전통적 일회성 시스템 통합(SI)과 IT 운영(ITO) 용역 사업에 머물러 있었다. 자체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시도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섰으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거나 외형 확장을 지속해서 견인할 만한 솔루션으로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이러한 한계는 이듬해인 2023년 실적으로 곧바로 증명됐다. 수익성을 메울 후속 사업이 부재했던 SK AX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1218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제품 중심 안정적 반복 매출을 확보한 현대오토에버는 1593억 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외형과 내실 모두에서 SK AX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현대오토에버와 SK AX 격차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SK AX는 매출 2조7467억 원, 영업이익 2098억 원을 기록하며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는 이미 연 매출 3조 2500억 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역시 2156억 원을 기록하며 격차를 벌렸다.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SK AX는 매출 5282억 원, 영업이익 318억 원에 그친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매출 7140억 원을 달성하며 우위를 유지했다.
현대오토에버 1분기 영업이익이 110억 원으로 일시적 둔화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에서 나타나는 기초체력 차이가 확연해 단기간 내 재역전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체된 수익성
두 회사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비즈니스 모델(BM)의 질적 차이다. 한 곳은 ‘일회성 인건비 중심 SI’에 매몰돼 있고, 다른 한 곳은 ‘확장형 솔루션·플랫폼’으로 성장 기반을 다졌다.현대오토에버는 그룹 차원 AI와 로보틱스 사업 인프라 확대 전략에서 역할이 두드러지며 실적 탄력을 받고 있다. 4년 전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해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고 디지털 전환 계열사로 키운 현대차그룹 선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재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mobilgene)’ 공급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인프라를 표준 플랫폼화해 마진이 누적되는 고부가가치 구조를 안착시켰다.
반면 SK AX는 경기 변동과 고객사 비용 절감 기조에 직격탄을 맞기 쉬운 전통적 용역형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인건비 투입량에 비례해 매출이 결정되는 SI·ITO 중심 사업은 수주 규모가 늘어도 고정비 부담 탓에 마진율 향상에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지주회사인 ㈜SK 내 하나의 사업부문이라는 구조적 특성 역시 성장 제동 장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2015년 SK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인 ㈜SK와 SK C&C를 합병했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내부 사업부 구조가 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형 인수·합병(M&A), 공격적 대외 투자 유치 등에서 SK AX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경쟁사 대비 한발 늦게 AI 중심 사업 개편에 나서면서 현대오토에버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완종 승부수는...
SK AX는 올해를 ‘넘버4’ 탈출과 현대오토에버 추격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공공·금융 분야에서 진행해 온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AX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실적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고, 향후 SK그룹 계열사 대규모 AX 일감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특히 시장 판도를 뒤엎을 승부수로 ‘에이전틱 AI 시장 조기 선점’이란 목표를 세웠다. 에이전틱 AI는 판도가 확정되지 않은 시장 초기인 만큼, 개념 검증(PoC) 단계를 넘어 실제 ‘공급 계약 및 매출 전환’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선제적으로 기록한다면 체급 차이를 뛰어넘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완종 사장이 취임 이후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략의 핵심 역시 ‘에이전틱 AI’다. 단순한 명령어 수행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SK AX는 최근 자체 에이전틱 AI 플랫폼 ‘엑스젠틱와이어(AXgenticWire)’를 선보이며 제조·금융·통신·유통·서비스 등 전 산업군을 대상으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 SK하이닉스 자율형 공장(FAB) 디지털 트윈 구축 등 그룹 내부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대외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김완종 사장의 에이전틱 AI 드라이브가 단순한 SI 형태 인력 투입형 솔루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제조·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라이선스 기반 반복 매출’ 구조로 전환되는지가 향후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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