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가장 긴 종단연구인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의 4번째 책임자. 로버트 월딩거(Rober Waldinger) 정신과의사, 정신분석학자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소장)
최초의 참가자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전에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한 두 청년이 있었다. 고드프리 카미유는 ‘파탄 그 자체’였다. 한 심리학자는 카미유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분석했다. 카미유는 1938년에 하버드대에 입학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힘들어하고 학교보건실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의사는 그의 파일에 ‘이 학생은 신경정신증 환자가 되어 가고 있음’으로 기재했다. 졸업 직후 자살을 시도했고 그 때문에 보스턴 의료계에서 따돌림을 받았으며 가족과 거의 왕래도 없었다. 서른 다섯살에 폐결핵으로 14개월 동안 입원을 했는데 나중에 연구진에게 ‘전 아파서 좋았습니다. 1년간 잘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존 마스든이라는 청년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뛰어난 학생이었고 부유하고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법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 공익변호사가 되어 성공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1970년 초에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20년전의 연구자료를 추적하면서 조사 대상자들의 대부분이 그때 당시의 환경과 비슷한 삶의 궤적으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미유와 마스돈을 만난 그들은 그 가정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미유는 그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교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알레르기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병원을 설립하여 보스톤의료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인정받는 천식전문가로 여러 심포지엄, TV에 초청연사로 자주 초대받았으며, 그의 딸들은 카미유를 ‘모범적인 아버지’라고 했다. 카미유 스스로 ‘편안하고 즐겁고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효율적인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자신을 바꾸어 나갔다’고 표현했다. 82세 생일 파티에는 30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그의 장례식이 열린 교회는 추모객으로 가득 찼으며 교회 장로는 ‘깊고 거룩한 진실성을 가진 분’으로 그를 칭송했다. 하버드 연구자들은 카미유를 행복, 건강, 삶과 일의 만족도 측면에서 참가자 가운데 최고로 – 아마 최고 중의 최고로 - 분류했다.
한편 잘나가던 변호사였던 마스돈은 연구자들이 다시 찾아갔을 때 비참한 상태였다. 그는 이혼했으며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혼자 지냈다. 그의 변호사 사무실은 문제없이 운영이 되었지만 그는 친구도 없이 혼자서 생활했다. 마스돈은 자신이 분노하고 외롭고 실망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쌓아 둡니다. 참고 견뎌야죠’. 연구자들에게는 마스돈이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얼마 후 그에게 보낸 설문조사지가 ‘수취인 사망’으로 반송되었는데, 주위의 아무도 그에게 친척이 있는지를 몰랐다.
연구진들은 어떻게 두 남성의 삶이 이렇게 예상밖으로 흘러가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70년간 쌓인 연구데이터를 파헤쳤다. 그 결과 몇가지 상관관계를 발견했는데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를 둔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 행복한 경우가 많았다. 충분한 운동, 건강한 식사 등, 어린 시절의 교육과 평생 배움을 놓지 않는 자세 역시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런 요인 들만큼이나 중요한 요인, 한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 비참하고 병든 삶을 살게 될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인간관계에서의 만족도’였다.
쉰의 나이에 자신의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사람이 여든이 되었을 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했다. 사람이 풍성한 삶을 꾸려가는데 가장 큰 요인은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주변 사람과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한편 관계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보다 직업적 성공을 우선시하거나 다른 이유로 타인과 진실한 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했다. 마스돈은 다른 사람이나 관계에 대하여 대부분 부정적으로 말했다. 우울할 때 그는 함께 있을 사람을 찾는 대신에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를 보면서 생각을 분산시켰다. 덕분에 그는 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어 소원해졌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며 습관적으로 세상에 부정적이 되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힘들어했다.
카미유는 결핵으로 입원해 있는 동안 다른 환자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성경공부 모임과 카드 게임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간호사, 의사, 병원직원들과 가까워졌다. 그는 연구자료에서 병원에 있는 동안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한 사람의 좋은 멘토가 그를 보살펴 준 영향이 마음을 열고 인간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퇴원 후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다양한 사회모임에서 활동하며 관계를 넓혀 나갔다. 서른살까지 카미유는 굳건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지만 10년 뒤에는 연구 대상 중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사람이었으며 인간관계가 확장되면서 일도 잘 풀렸다.
2023년 하버드 자료 요약에는 ‘좋은 인간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런 관계는 깊고 친밀한 대화를 통해 형성되고 유지되었다.’고 쓰여 있다.
인용 및 참고: 대화의 힘(찰스 두히그 저)
윤형돈 따뜻한 인맥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