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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빗장 푸는 은행들…하나·농협 대출 재개하고 KB 규제 완화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1-24 09:06

하나은행, 신용대출·비대면 대출 판매 재개
국민은행은 전세 대출 일시상환 다시 허용
대출 문 살짝 열렸지만…내년에도 총량규제

사진=한국금융신문DB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한동안 꽉 막혔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관련 규제를 풀고 있다.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에서 제외되면서 일시적으로 대출관리에 숨통이 트인 영향이다. 이에 따라 대출 가뭄에 시달려온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불안도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영업점에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 전날 오후 6시부터는 하나원큐아파트론, 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지난달 20일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을 제외한 가계 대출 판매를 중단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12월 1일부터는 주택을 비롯해 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도 다시 취급한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가계대출 창구를 닫았던 농협은행도 다음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율(작년 말 대비)이 7%를 넘어서자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뒤 지난달 18일 전세대출만 재개했다.

대출 기준도 다소 느슨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대출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일시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일시상환은 이자만 내다가 대출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이 담보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과 ‘혼합상환(부분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분할 상환은 원리금을 매달 똑같이 나눠 갚는 것이고, 혼합 상환은 원금 일부는 분할 상환하고 나머지는 일시 상환하는 형태다. 분할 상환이 의무화되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에 원금까지 합쳐져 대출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대출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었다.

국민은행은 또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으로 ‘KB시세’와 ‘감정가액’(KB시세가 없는 경우)을 순차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말 잔금대출 담보 기준을 ‘분양가나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잔금대출에서 한도가 대폭 줄었다. 앞으로는 KB시세가 다시 1차 담보 기준이 돼 대출자 입장에서 잔금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12일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 사잇돌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신규 판매를 중단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다만 이번 대출 재개 대상은 신용점수 기준으로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만 해당한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다소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에 취급한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6%대다.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9일 기준 706조1819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5.39% 늘면서 당국의 목표치에 육박했다. 하지만 10~11월 전세대출을 제외하면 수치는 4.45%로 낮아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취급분이 대출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되면서 대출 총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을 공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뎌진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9.7% 늘어난 수준으로,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째 이어지던 상승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대출 절벽에 내몰렸던 실수요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내년에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지면서 대출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보다 낮춘 4~5%로 관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주요 은행들에 오는 26일까지 내년도 가계대출 취급 계획서를 제출해달라고 통지했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현재 0.75%에서 1.0%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해 이자 부담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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