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의 하나, 증권시장이 경기변동에 민감해 증권가격이 급락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확보가 어려워 사후적 결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지급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증권사가 결제하지 못한 자금을 통화발행을 통해 메우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은행권은 또 증권사가 결제 실패를 막기 위해 사후적 처벌을 강화하면 불의의 경제 충격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카드사태와 같은 불의의 경제충격으로 주가와 채권가치가 하락하면 증권사가 유가증권을 매각해 결제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 외에 일부에선 금융-산업분리 원칙을 훼손, 증권과 은행업의 실질적 결합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 우려도 허용 반대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고객 증권계좌 자금을 이용해 산하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 허용이 독일식 겸업방식에 해당,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일부의 견해도 있다. 독일식 겸영방식이란 위험 추구성향이 강한 증권사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업을 내부 겸영하는 식이다.
◆ 증권사의 당위성 = 반면 증권업계는 금융불안 완화와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증권사 지급결제 기능 허용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은행권이 지적한 결제 불이행 위험에 대해서도 증권업계는 대행 금융기관의 설립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대행 금융기관이 개별 증권사로부터 지급준비금 성격의 예치금을 보관하고 지급을 지시할 수 있는 순채무한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증권사 차원의 결제 불이행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대행 금융기관은 이용한도 차별화, 수수료 차등화 등의 방법으로 일정한 자율 감독원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주장이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 훼손에 대해서도 시장기능을 통한 감시와 자율적 감독기능 강화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입장이다.
현대경연 노진호 금융분석팀 연구위원은 “금융감독 추세가 외부 감독에서 내부-자율감독 및 2차적 감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시장에서 다수 투자자에 의해 평가되는 주가와 신용등급 등도 증권사를 견제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에서도 금융감독기구가 내부고발자, 준법감시인, 애널리스트, 협회, 언론 등을 활용해 부당행위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방향으로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에서 지적하는 ‘낙후된 독일형 겸업사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은행-증권업 분업국가인 미국에선 증권사에 이미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됐고 자본시장 발달이 미약한 일본만 지급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증권계좌의 메리트 증대로 증권사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면 증권사가 포함된 금융지주회사도 늘어 지주회사 중심의 겸업화가 촉진될 것이란 주장을 폈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만으로 가계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됐다. 설비투자 증가, 기업실적 개선, 주가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충족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1978년 증권사 MMF에 지급결제 기능이 부여됐으나 가계자금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이동한 것은 1990년대 장기호황 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증권 논리 전개 및 대응과제>
(자료제공 : 현대경제연구원)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