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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재용-삼바, 공판 대신 여론재판 앞세운 검찰의 구태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9-05-28 11:11 최종수정 : 2019-05-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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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희윤 부장

△사진= 정희윤 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공판중심주의란 ‘형사재판에 있어서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공판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파악하여 심판하는 원칙’을 말한다. 한마디로 ‘서류’에 의해 심판하지 않고, 법정에서 법관(배심원)이 직접 듣고 물어보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재판 원칙이다.”(월간 참여사회 2005년 6월호 ‘누구를 위한 공판중심주의인가’ 중에서)

검사가 내민 문서보다 법정 심리에 따르라

2019년 6월 문턱을 바라보는 지금 14년 전 한 시민사회단체가 펴낸 월간지 글귀를 되새기다 보니 공자 말씀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있고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세계적 석학의 말씀이 떠오른다.

월간 참여사회의 같은 글에선 공판중심주의가 실행되기 위한 전제조건 가운데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물건을 첨부·인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건에 관해 법관(배심원)의 예단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라고 설명돼 있다.

14년 전 당시는 사법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법원과 검찰의 다툼이 치열했던 때다.

당연히 당시나 지금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공판중심주의를 지지한다. 같은 글에선 당시에도 국민 지지를 얻은 까닭에 대해 “공판중심주의가 뭔지 자세히는 몰라도 현행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형사사법체제가 일제시대의 그것을 답습하면서, ‘사법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권력’으로서 군림해왔다. 그 중심에 검찰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형사재판에서의 ‘대립 당사자’가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국민은 검찰의 권력이 제한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공판중심주의의 강화의 뒷면에는 검찰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시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검찰이 무소불위인 나라라서

근 1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법체계 후진성은 여전하다는 평가에 국민들은 여전히 동의하고 있다. 그 이유 또한 검찰의 권한은 아직도 방대한데 법원의 역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다시 당시의 글로 돌아가보면 제도적으로는 도입돼 있었던 공판중심주의가 유명무실해진 책임에 법원의 몫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공판중심주의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검찰보다는 법원의 역할이다. 그동안 법원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조서재판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특히 정치적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사건 등에 있어서 검찰의 공소장을 확인해주는 역할에 만족해왔다.”

검찰이 무제한적인 신문을 거쳐 내놓은 신문조서를 법적 증거로 받아들이는 행태가 만연했던 당시 상황보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만족도를 따지자면 지금 우리 국민 정서는 미흡 또는 크게 미흡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검찰 권력은 법적 제도적 프로세스와 무관하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삼바’와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혐의 또한 공판으로 입증해야

그 생생한 사례가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사법개혁 라운드가 한창인 요즘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법 밖의 공간에서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확보한 정황들을 무기 삼아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여론재판에 회부했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삼성전자 사업지원 TF가 회계업무 뿐 아니라 관련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수사 성과를 고스란히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검찰은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적당한 수사 정보 위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수사상 확보한 증거를 미디어에 공개하면 안되는 처지이면서 정황을 알리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지만 증거를 확보했다고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방어권을 발휘할 수 없는 법정 밖 여론재판 영역에서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유죄판결을 받게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재벌개혁 정서 편승하다 사법개혁 필요성 부각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강자로 분류할 수 있지만 검찰이 결심하면 얼마나 약자로 몰릴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약자라서 국선 변호인에만 의존해야할 사람들은 어떤 처지일까.

법률을 위반한 것인지 아닌지 법정에서 증명하고 범죄가 성립하는지 다투고 나서 엄정한 심판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들의 법 상식이다. 정식 재판을 열기도 전에 검찰이 여론재판을 연출한 것은 도대체 왜일까?

장자연, 김학의 등등 과거 사건에서 부실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신뢰를 잃었던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여론재판 유죄 만들기를 의도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경제정의 실현이라거나 기업경영 투명화 유도라거나 거창한 명분을 삼을 것이라면 공판중심주의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검찰이 권한과 수사상 정보들을 활용해 기업인 여론재판부터 먼저 회부하는 일이 반복해서 벌어진다면 사법개혁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기 알맞은 사례가 될 뿐이다.

그래서 개혁의 대상임을 스스로 돋보이게 하는 일이고 검찰에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재벌개혁 정서에 기대어 사법개혁 대의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라면 역사에서 무슨 평가를 받을 것인가. 그런 점에선 무리수라고 보기에도 알맞아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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