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바이오주 거품론’으로 한 차례 타격을 맞은 바이오 주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바이오주가 그간 단기 급등분에 대한 조정장을 맞고 있는 가운데 남북경협이라는 대체 이슈가 등장하면서 투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17.21% 내린 40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바이오 대장주로 불리는 셀트리온은 4.43% 하락한 25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2.90%), 메디톡스(-2.48%), 바이로메드(-0.83%), 셀트리온제약(-1.84%) 등 다른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도 잇따라 하락 마감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한 사항에 대해 회계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 전날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
향후 감리위와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추징할 수 있다. 또한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가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바이오주 약세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와 관련한 논란이 바이오주에 악재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금융위원회의 결정,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주는 최근 ‘바이오주 거품론’이 대두되면서 약세장이 시작됐다. 지난달 18일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종목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며 바이오주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바이오주에 쏠려있던 투자심리가 남북경협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 팀장은 “올 1분기 경기 모멘텀 둔화와 무역 전쟁, 시리아 이슈 등으로 인해 증시가 시장 기대감에 못 미치는 가운데 유일하게 부각된 이슈가 바이오주”라며 “1분기 동안 바이오주에 지나치게 쏠린 현상이 되돌려지고 있는 것이 바이오주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 등 수급적인 요인과 투자심리만으로 상승세가 견인되면서 과도하게 고평가된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단기적인 급등에 대한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남북경협과 같은 대체 이슈가 등장하면서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적 시즌이 도래하면서 실적에 대한 실망감 등의 조정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 팀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정상회담과 비핵화 관련 이슈와는 다르다며 남북경협주가 장기적으로 상승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오는 5월 또는 6월 중 예정되어 있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연장해서 볼 경우 좀 더 구체적인 이슈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익과 경제 관계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기대감 만큼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남북 경제협력으로 잠재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큰 지각변동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현재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듯이 향후 남북경협주로 수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시점에서 바이주가 이전과 같은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바이오주와 같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들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오주의 실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성장성 기대감에 대한 경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바이오주에서 남북경협주로 투자심리가 이동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개인투자자들이 기대감에 따라 사고 파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남북경협주는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현실화 및 구체화될 경우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고 단기 전략보다는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전략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홍춘욱 팀장은 바이오주의 약세장에 대해 셀트리온 이전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시장의 자금 이동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거래소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전 벤치마크에 대한 기대감이 급등하면서 바이오주가 상승했던 경향이 있다”며 “셀트리온이 편입된 후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도 조정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4월 중하순부터 남북경협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오주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이 남북경협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바이오주에서 남북경협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은 엇갈린다.
이경민 팀장은 주도주에 대해 차별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남북경협주로 주도주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긴 하다“며 ”다만 국내에서 북한 수출 비중이 50%~60% 차지하는 기업이 얼마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큰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대감은 충분한 상태이나 시간을 두고 남북경협이 구체화, 활성화되는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춘욱 팀장은 남북경협주의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주도주가 되기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남북경협주가 주도주가 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일정 수준 담보되어야 하는데 헬스케어 시가총액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다”며 “건설주 중에서는 현대건설, 철강주에서 포스코 등 일부를 제외하면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없다”고 말했다.
류용석 팀장은 올해 코스피 지수는 그대로인 반면 소형주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0% 가량 상승했다며 소형주 중심의 종목별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