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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빚탕감…원금만 6조2000억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7-11-29 16:34 최종수정 : 2017-11-29 16:51

원금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부채 못 갚은 80만명 원금전액 감면
상환능력 없으면 추심중단 등 금융위,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정책 발표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 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사진제공=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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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장기 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원금 1000만원 이하, 연체기간 10년 이상인 장기 소액채권을 가진 사람의 채무를 탕감해준다고 발표했다. 모두 탕감받는 것은 아니고 재산이 없고 월 소득이 99만원(중위소득의 60% 이하)이 안 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심사해서 골라낼 예정이다. 내년 2월부터 빚 탕감이 시작된다.

◇정부, 상환능력심사 거친후 채무 원금 탕감

정부가 159만명에 달하는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9일 당정협의를 통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확정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선 장기소액연체자는 원금 1000만원 이하의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 완료를 하지 못한 이들로 부채 규모는 6조2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이들 중 다수는 제2금융권 채무자로 평균 450여만원을 15년 가량 연체 중인 상황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세부 내용 발표에 앞서 "장기소액연체자의 규모가 가계부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장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가장 취약한 채무자에 대한 대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채권 소각 등이 포함된 이번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의식한 말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자력으로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런 분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가두어 상환을 통한 채무 해결만을 기다린다면 이 분들은 평생 '연체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이들 장기소액연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고 향후 장기연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80만명 빚 원금 전액 탕감 받을 듯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는 우선 국민행복기금으로 넘어간 연체채권 가운데 전액 빚 탕감 대상인 장기소액연체자는 83만명이다. 국민행복기금 외 대부업체와 같은 민간 금융사,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는 76만명분에 달한다. 이를 모두 합치면 159만2000여명으로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을 따져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빚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다. 1000만원을 10년 이상 못 갚을 정도면 사실상 극빈층에 해당하는 만큼 이들의 빚과 이자를 완전히 탕감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소득심사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정부 추산으론 이들 대부분이 극빈층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행복기금 미약정자(기금에 빚을 감면 받는 대신 나머지 빚을 갚겠다는 약정을 맺지 않은 연체자) 40만3000명 가운데 약 46%는 중위소득의 40% 이하(1인가구 기준 월소득 66만원 이하)이며 대부분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1톤 미만 영업용 차량과 같은 생계형 재산을 빼고 회수 가능한 자산이 없어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빚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다.

159만명은 모두 일단 소득심사 등을 거쳐야 전액 빚 탕감 수혜 여부가 가려진다. 현재 정부도 정확히 몇 명이나 전액 빚 탕감을 받을 수 있을진 추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행복기금 미약정자 기준을 전체로 확대해보면 대략 159만명 중 적어도 80만여명은 전액 빚 탕감을 받을 걸로 추정된다.

◇기존 성실상환자에겐 더 큰 혜택

이번 대책은 그간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 온 성실상환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빚이 넘어간 장기소액연체자 83만명은 약정자로 미약정자로 나뉜다. 지난 2013년 행복기금은 시중의 연체채권을 사들여 연체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원금의 30~60%를 깎아주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나눠 받는 식으로 빚을 줄여줬다. 이처럼 기금에 빚을 조금씩 갚는 조건으로 원금의 30~60%를 탕감받은 사람이 약정자다.

반대로 미약정자는 빚을 한푼도 갚지 않고 연체 중인 사람이다. 미약정자의 평균 빚 원금은 450만원으로 약 14년7개월을 연체 중인 사람들이다. 사실상 고의로 빚을 갚지 않았다기 보다 사실상 형편이 어려워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인 셈이다.

정부는 약정자 42만7000명은 본인 신청시 소득을 따져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모든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미약정자 40만3000명은 같은 조건일 경우 즉시 기금의 추심은 중단하지만 빚은 3년 후에 탕감해주기로 했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중소거민금융정책관은 “추후 은닉재산이 발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장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간ㆍ공공기관 연체자는 본인이 신청해야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민간 금융사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도 똑같이 없애주기로 했다. 다만 이 역시 성실상환 중인 사람과 연체 중인 사람 간에 차이를 뒀다.

현재 민간금융권(63만5000명)과 금융공공기관(12만7000명)으로 연체채권이 넘어간 장기연체자 중 계속해서 연체 중인 사람은 총 76만2000명이다. 이들 역시 본인이 빚 탕감 기준에 해당된다고 하면 일단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신청을 해야 한다.

소득심사를 거쳐 빚 탕감 기준에 해당되면 추심은 그 즉시 중단되고 대신 연체채권은 3년 뒤 사라진다. 다만 민간과 공공이 보유 중인 연체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는 별도의 한시로 운영되는 연체채권 매입기관을 세우기로 했다. 일종의 국민행복기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대신 연체채권을 매입해 이를 소각하는 일만 한다. 재원은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회수해 생긴 이익금을 가져와 쓰기로 했다. 세금 대신 금융사의 돈으로 장기연체자들의 빚을 없애주는 구조다.

현재 장기연체자지만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빚을 감면 받고 나머지 빚을 갚고 있는 성실상환자는 중위소득 60% 이하 기준을 만족하면 3년 유예기간 없이 그 즉시 빚을 없애준다. 내년 2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일괄 신청을 받는다. 이들 기관에 가면 그 자리에서 소득심사 등을 바로 받을 수 있고, 한달 안에 수혜 대상자인지를 통보해준다.

◇ 민간서 빚진 연체기간 9년차 연체자는 소외 등 형평성 논란

정부는 장기소액연체자 외 국민행복기금으로 넘어간 연체채권 중 연체기간이 10년 미만이거나 빚 원금이 1000만원을 넘는 연체채권도 본인이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빚을 깎아주기로 했다. 소득을 따져 최대 90%까지 빚을 깎아준다. 이전엔 연체기간 15년을 넘기고 중위소득 24% 이하인 초극빈층에게만 빚을 90% 깎아줬는데 이번에 이 기준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은 이미 행복기금이 매입한 연체채권이라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차라리 이 번에 정리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이 기준에 해당되는 대상자는 총 100만명이다. 이들은 본인 판단에 따라 빚을 90%까지 감면 받고 나머지 10%만 갚는 식으로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이번 정부 대책에서 빠진 대상자도 있다. 민간금융사에 빚을 져 연체기간이 10년에 미치지 못한 연체자들이다. 이들의 경우 이번 정부 대책에서 완전히 빠졌다. 만약 정부가 이들 빚까지 탕감해줄 경우 장기소액연체자만 지원해준다는 정책 취지에서 어긋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연체기간이 9년 정도로 긴데도 아깝게 정부 수혜를 받지 못한 연체자들의 경우 당연히 정부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 빚 탕감 정책 성공 가능성은

이번 대책의 성공 관건은 역시 신청자가 얼마냐 많을 것이냐에 달려 있다. 국민행복기금 역시 2013년 출범 당시엔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연체자의 빚을 30~60%씩 깎아주는 방식이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우려와 함께 연체자의 재기를 돕는 차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교차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 뒤엔 곧바로 시들해졌다. 장기연체자의 특성상 본인이 수혜 대상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정작 신청인원이 많지 않았던 데다 빚을 깎아줘도 나머지 빚을 갚을 형편이 안돼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미약정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행복기금에서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상자 280만명 중 20%인 58만2000명에 불과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장기연체자의 경우 연체기간 15년이 되면 소멸시효가 도래돼 굳이 신청하지 않더라도 빚을 완전 탕감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된다. 기존 연체자가 빚 탕감을 신청할 경우 소득심사를 통과해도 추심만 중단되고 3년 뒤 채권이 소각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선 차라리 채권의 소멸시효 도래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중소거민금융정책관은 “정부가 상당히 홍보를 해서 본인이 수혜 대상자인데 이를 몰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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