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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탐낸 건 ‘대선’이었나 - 2017 한국과 붕당(朋黨)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7-03-10 15:24

진짜 탐낸 건 ‘대선’이었나 - 2017 한국과 붕당(朋黨)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이 전원일치로 내놓은 주문을 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이 되새겨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본다.

▲대의민주제 원리 ▲법치주의 ▲헌법 수호 이익 등의 가치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다. 안창호 재판관 보충의견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폐습 청산도 눈길이 간다.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한 행위를 놓고서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심판을 거쳐 파면 당한 첫 대통령이 나타난 것은 불행한 일이다.

헌재는 대통령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한 것이 위헌 행위라 규정했다.



헌재는 우리 사회에 큰 숙제도 던졌다.

최서원(최순실)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면서 오히려 의혹제기를 비난했던 대통령. 국회의 견제 역할이나 언론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평가한 대목 말이다.

사실 국회와 언론에 대한 판단은 헌재가 다뤄야 했던 영역 밖의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재판관들은 평가했다.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3권분립 주축 가운데 하나인 국회, 권력의 4부라며 목에 힘주던 언론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는 꾸짖음으로 들린다.

힘깨나 쓴다는 언론들이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기자 회견이라 칭한 자리에서조차 본인 할 말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 해괴한 대통령에게 언론은 무얼 했나. 탄핵심판대에 올라 직무가 정지됐는데도 ‘간담회’를 열어서 본인 유리한 말만 늘어놓는 자리에까지 끌려다닌 것은 어째서인가.

문답을 거부하는 일방적 소통에 더해 보안을 이유로 이미 외신에서 두 나라 정상이 언제 만나는지 보도가 난 사안인데도 청와대가 엠바고를 걸면 받아 줬다는 관행은 누가 승낙한 것인가.



국회는 더욱 큰 숙제를 받았지만 제도권 정치인들이 벌써 걷어차려 하고 있다.

Party란 개념을 동아시아에선 정당(政黨)으로 쓰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체제를 받치는 기둥 셋 가운데 하나인 의회정치는 정당정치와 한 몸을 이룬다. 무릇 정당정치는 여러 정당이 나라사람들의 의견을 대신 모아서 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숫자만 여러 정당으로 나뉘었을 뿐 나라 사람들 의견을 제대로 대신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과정에서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도 민심의 명령이었을 뿐 국회가 먼저 나선 것이 아니다. 기본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당들의 집합체로서 국회도 탄핵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당송 8대가 자리 하나를 차지한 구양수가 임금께 올린 글 중에 ‘붕당론(朋黨論)’이 있다.

그는 송나라 시절에도 붕 당이라는 말이 예부터 전해진다고 말문을 연다. 군자가 다른 군자와 더불어 도(道)를 함께 추구하니 이를 붕당이라고 하고, 소인은 소인들과 더불어 이(利)를 함께 추구하니 붕당을 이루지 못한다 했다.

좋아하는 것은 이익과 녹봉이고 탐내는 것이라곤 재물과 돈 뿐인 소인들의 무리는 목표가 같을 때 서로를 벗하지만 사실은 거짓된 관계다. 나눠먹기가 한계에 봉착해 이익을 놓고 서로 다퉈야할 무렵이 되면 심지어 형제와 친척사이일지라도 서로를 해치는 일까지 벌이는 흉포한 무리가 어찌 붕당이라 할 수 있겠으며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호소를 담았다.



맹자 말씀에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은 유명하다. 인류 역사상 자본주의 세상 사람들만큼 이익에 민감한 시대는 없었다. 유가들이 이제나 저제나 경계하라고 강조했던 利는 글자 생김새만 보아도 살벌한 태생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이 살려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음식을 뜻한다 해도 좋을 벼 화(禾)자에 칼 도(刀)가 붙었다. 풍족하면 괜찮지만 부족하면 서로를 해치게 되기 십상인 사회화된 인간의 속성을 상징한다.

그래도 맹자는 의로움에 합당한지 생각하라고 했다. 의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무리를 지은 정당이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가? 자기 당 이익 이전에 자신이 지지하고 밀어주는 사람의 이익만 추구하는 소인배 무리들이 갈라 서 있지는 않은가?

여당은 대통령 이익을 보호하고 변호하다 소수파로 전락했다. 제1야당은 탄핵심판 향배가 불투명한 와중에도 벌써 정권을 차지한 것처럼 내부 경선에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다른 야당이라고 견제를 제대로 하려 한 적 있는가?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나라사람들의 여망이 야당지지율에 저절로 치환되지 않는데도 왜 이리 일찌감치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대선 레이스에 ‘부정한 출발’을 해 버린 걸까.

헌재의 꾸짖음을 다시 들어보라.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해 공익 실현의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점에 선 대통령을 견제해야할 국회가 지켜야 할 도리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를 잘하는지 국민들의 큰 뜻을 받드는 당이 등장한다면 선거 불패의 정당이 될 것이다.

반대로 눈앞의 선거에서 소속 당 후보가 되는 다툼에 함몰된 무리가 최후에 맞이할 운명까지 탐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 탄핵제도를 처음 실현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스템은 과거의 폐습,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소인배 무리들을 배격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기에 경제인들도 중대한 시대 전환점에 과감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삼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다고 하기 어렵고 헌재가 직접 거명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롯데만이 어긋난 길을 걸은 것도 아니다. 폐습에 적극적이었건 수동적이었건 동참했던 허물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무엇일까 깊이 고뇌하고 모색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국민들과 함께 만드는 길에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되고 싶다 고백하고 실제 걸음을 떼고 나서야 할 때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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