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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하만, 오디오 회사서 자율주행 ‘심장ʼ으로 [D램 넘어 삼성전자 ④ 하만]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1 00:00

영업익 3년 연속 1조·이익률 10%대
전기차 캐즘 탓 디지털콕핏 외형 축소
인수 주역 안중현 사장은 ‘시너지’ 집중

이재용의 하만, 오디오 회사서 자율주행 ‘심장ʼ으로 [D램 넘어 삼성전자 ④ 하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의 ‘승부수’ 하만이 삼성전자 핵심 성장 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만은 이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핵심으로,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역량을 결집한 ‘통합 전장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만 인수는 ‘이재용 시대’를 대표하는 빅딜로 꼽힌다. 2016년 등기이사 선임 후 첫 대형 인수·합병(M&A)이다. 하만 인수 금액은 당시 원화 가치로 9조3800억 원. 현재까지도 국내 기업이 단행한 최대 규모 해외 M&A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글로벌 선두기업 하만을 통해 전장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품에 들어온지 10년 차를 맞은 하만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2025년 매출 15조7833억 원, 영업이익 1조531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6% 늘었고, 영업이익은 17.1%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2017년 매출 7조1034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이 2배 넘게 뛰었다. 영업이익은 3년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10%대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 간 전장부품 시너지는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이재용 회장은 ‘스마트 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자동차 제조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삼성이 보유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하만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전장부품과 소비자용 오디오 제품 등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소비자용 오디오는 JBL, AKG, 하만카돈 등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의 65~70%를 담당하는 주력 사업부문은 전장부품이지만, 오디오 비중도 여전히 큰 것으로 추정된다. 하만은 마크 레빈슨, 레벨, 렉시콘 등과 함께 렉서스, 링컨, 제네시스,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카 브랜드에 공급되는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다.

삼성전자 기술력과 하만 노하우가 결합한 사업 분야는 디지털 콕핏(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하만은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콕핏 사업에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만의 디지털 콕핏 생산 대수는 589만7000여 대로, 3년 전인 2022년(833만4000여 대)과 비교해 29% 줄었다. 전체 생산능력도 1125만7000여 대에서 781만5000여 대로 31% 축소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점유율(판매금액 기준)은 17.9%에서 12.8%로 5.1%포인트 하락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전기차 전문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내재화가 이뤄지는 등 시장 변화에 맞서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로 개편한 전략적 판단으로 추정된다.

하만 실적이 매년 우상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전체 기여도는 매출 4.7%, 영업이익 3.5%에 불과하다. 웃돈을 들인 인수 금액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오디오 회사를 사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아직 유효한 셈이다.

이에 하만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미래차 승부수를 던졌다. 하만은 지난해 12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스마트 카메라 1위 업체 독일 ZF의 ADAS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약 2조6000억 원이다. 삼성전자 내에서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전장 분야 M&A다.

이재용의 하만, 오디오 회사서 자율주행 ‘심장ʼ으로 [D램 넘어 삼성전자 ④ 하만]이미지 확대보기
하만은 자사 디지털 콕핏 제품에 자율주행 보조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ADAS 장치를 통한 ‘중앙집중형 컨트롤러’를 구축하기 위한 딜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중앙집중형 시스템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이끌 기술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전장 사업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만은 비핵심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만은 글로벌 각지에 있는 ‘하만 커넥티드서비스’ 자회사 8곳을 매각했다. 인도 IT 기업 위프로에 약 520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 커넥티드서비스는 고객사에 커넥티드카, IoT 등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해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이나 삼성SDS 등 삼성 내부와 겹치는 영역인 만큼 중복 투자는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 M&A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M&A 대상 분야는 첨단로봇, 메디텍, 냉난방공조와 함께 전장을 언급했다.

특히 하만 인수 주역이었던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사업지원실 내 신설 조직인 M&A팀장을 맡은 것도 의미 있다. 안 사장은 2010년부터 미래전략실에서 크고 작은 M&A 50여 건을 성사시킨 포트폴리오 전략 전문가다. 하만 인수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도 하만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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