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63년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경제학 /1989년 한국 P&G대표 /2008년 P&G아세안 총괄 사장 /2015년 P&G 미국 본사 신규시장 부문 부사장 /2016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8년 데일리팜그룹 동아시아 대표 /2019년 데일리팜그룹 싱가포르&홍콩법인 대표/2021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현재)

당시 신 회장은 김 부회장과 신세계백화점 출신 정준호 대표 등 외부인사를 처음으로 핵심 계열사 대표에 앉혔다.
유통 부문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였다. 롯데쇼핑 대표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건 42년 만에 처음이다. 파격적 인사 주인공은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 35년 경력의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1963년생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 이후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고, 이후 DFI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총괄대표를 역임했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이사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 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국내외 유통 경력을 가진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롯데쇼핑 체질개선이었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이 심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롯데쇼핑이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1년 매출액은 15조5812억원으로 전년 보다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7.7%나 감소한 2156억원을 기록했다. ‘유통명가’라는 명성이 그야말로 옛말이 된 것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김 부회장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취임 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칼을 빼들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단행한 인물이다. 당시 그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부실 점포 리포지셔닝 등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롯데쇼핑 수익성은 개선됐다. 2022년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3862억원으로 전년보다 86% 상승했고, 매출액은 0.6% 소폭 감소한 15조476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액은 14조 5559억원으로 전년보다 5.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1.6% 개선된 5084억원을 기록했다.
또 당기순이익 1979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업부별 실적 개선 노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늘고 손상차손 인식 금액이 대폭 축소된 것이 주효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김 부회장이 ‘CEO(최고경영자) IR DAY(기업투자설명회)’에서 직접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와 시장 컨센서스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이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오픈을 시작으로 영국 리테일기업 오카도(Ocado)의 국내 도입과 자체 브랜드(PB) 미국 수출 등 해외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백화점·마트) 해외사업 매출은 1조5337억원으로 전년보다 5.9%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신규 점포 초기비용 99억원과 중국 청두점 구조조정 충담금 50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로, 이를 고려하면 실제 해외 점포의 이익은 꾸준히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 대형마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1년 -0.4%에서 지난해 기준 7.0%로 개선됐다.
지난해 9월 정식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오픈일 100여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 내 최단 기간이다. 누적 방문객은 500만명을 넘어섰는데, 하노이 전체 인구가 840만명임을 감안하면 3명 중 2명이 다녀간 셈이다. 현재 이곳은 하노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 중이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지난 2022년 영국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1번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30년까지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CFC) 6개에 1조원을 투입한다. 첫 번째 CFC는 부산으로, 오는 2025년 말 완공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한 CEO 영상 메시지에서 해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김 부회장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보다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높아 성장이 기대된다”며 “신규 사업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세계적으로 PB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꼽으며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군HQ는 지난해 11월 AI TF를 출범해 롯데쇼핑이 설계하고 있는 생성형 AI 추진체인 ‘라일락’ 구성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일락은 지난해 9월 ‘롯데쇼핑 CEO IR DAY’에서 김상현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언급됐다.
롯데그룹은 라일락으로 롯데멤버스 42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연계나 데이터 커머스 추진 등 B2B(기업 간 거래) 신사업은 물론, 광고 제작 자동화와 AI 기반 고객 상담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 유통군HQ가 TF를 구성해 AI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지속된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달 초 CEO들이 먼저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CEO AI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 롯데지주 실장, 전 계열사 CEO와 CSO 약 110명이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AI 개발과 동시에 유통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객 우선’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쇼핑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최고 가치와 최상 품질 제품을 제공한다 ▲온오프라인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에게 긍정적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최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 만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SG 차원에서 환경과 사회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야 한다는 5가지 다짐을 당부했다.
이번 렛츠샘물에서는 롯데마트·슈퍼의 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담당자를 비롯해 롯데백화점·롯데온·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PB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지난 2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된 영상 메시지 중 PB 상품의 글로벌화, PB의 중요성과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 계열사에서 모인 PB 담당자들은 상품 기획과 개발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한편,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실제로 롯데 유통군은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무·테마별 24번의 ‘렛츠샘물’을 통해 3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지난해 3월에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을 앞두고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도 직접 소통하며 오픈 막바지 준비 중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