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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 회장이 26억 들여 나폴레옹 모자 낙찰받은 이유

홍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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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2-12 00:00 최종수정 : 2022-12-12 14:21

병아리 10마리서 15조 대기업 일궈
‘The미식’ 흥행부진에도 “불가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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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 회장이 26억 들여 나폴레옹 모자 낙찰받은 이유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자산규모 15조 이상, 한국 27위 대기업 회장, 국내 축산업 1위 기업 대표, 자수성가형 CEO(최고경영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축산 사업에서 시작해 해운·항공까지 사업 확장에 성공한 그가 최근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 종합식품회사다.

김 회장은 하림을 단순 육계기업이 아닌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의 꿈을 이뤄줄 단어는‘The미식’이다.

김 회장은 2019년 하림 본사(하림지주)를 전북 익산으로 옮기고 ‘푸드 트라이앵글’구축에 온 힘을 쏟았다. 푸드트라이앵글은 하림‘닭고기 종합처리센터’, 하림산업‘하림 퍼스트키친’, 하림푸드‘푸드폴리스’를 말한다. 세 곳이 삼각형 모양으로 위치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림이 이 사업에 투자한 돈은 8800억원에 달한다. 그 중 절반 이상인 5400억원을 퍼스트키친(푸드콤플렉스)에 투자했다.

‘퍼스트 키친’은 하림산업 간편식 브랜드‘The미식’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공간을 밖으로 보내 만들어진 커다란 부엌 같은 식품 공장이라는 의미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The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이며 종합 식품기업 신호탄을 쐈다.

당시 라면출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좋은 재료로 라면 스프를 대신해 딸에게 줬더니 아토피가 안생겼다”며 일반 라면이 아니라 프리미엄 식품으로 봐줄 것을 요청했다.

하림은‘프리미엄 라면’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며 개당 가격을 일반 라면의 2~3배에 달하는2200원에 책정했다. 고가여도 제품 차별성으로 소비자가 찾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출시 초반에는 소비자들 호기심을 자극해 한 달만에 500만봉이 팔리며 나쁘지 않은 듯 보였지만 이후 가속도가 붙지 않았다.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3월 1000만봉에 도달했으나 이는 농심‘짜왕’오뚜기‘쇠고기미역국라면’등이 출시 한 두 달 만에 1000만봉 기록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 도전은 계속됐다. 올해 4월 가정간편식(HMR) ‘The미식 유니자장면’을 출시했으며 바로 다음 달인 5월에는‘The미식밥’을 선보이며‘The미식’라인을 확대했다.

유니자장면과 즉석밥도 라면과 같이‘고가 전략’을 유지하며 경쟁사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출시했다.

고가전략에 대한 많은 질문이 이어졌지만 하림 관계자는“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게 철학인데 첨가물이 안 들어가고 집에서 갓 지은 밥처럼 만들려면 공정과 설비가 달라야 해서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며 고가전략에 버금가는 최고 품질 식재료와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The미식 밥’을 선보이며 시장점유율 10%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 또한 라면처럼 업계 내 존재감은 희미하다.

여기에 최근‘The미식 밥’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물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림은 제조과정이 아닌 운송 과정에서 포장 필름 등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신뢰도에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며 야심차게 선보인‘The미식’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김 회장 도전은 여전하다.

지난달 ‘The미식’ 브랜드로 냉동 국물요리 7종을 출시했으며 라면 신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냉잇국라면, 아욱라면, 된장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을 하나씩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 회장의 모습은 예전부터 시작됐다.

하림은 김 회장이 11살 때 외할머니에게 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부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선물받은 병아리 10마리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병아리들이 토실토실한 닭이 되자 시장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팔았고 2500원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돈을 종잣돈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축산업을 시작하게 됐다.

김 회장은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농고로 진학했다. 고등학교 때 닭 5000마리,돼지 700마리를 기르며 어엿한 축산업자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양계장을 직접 설계하고, 볏짚을 납품하는 일까지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이 때 벌어들인 수익이 월 300만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2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고려하면 고등학생때부터 사업 수완이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회장은 그렇게 돈을 모아 18세에 하림 모태가 되는‘황등농장’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은 25살이던 1982년 닭값 폭락 파동으로 끝을 맞게 됐다.

김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닭, 돼지 값이 폭락했는데도 가격이 그대로인 소시지를 보며‘나도 소시지를 만들어 팔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식품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며 기회를 모색하다 1986년 하림을 설립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다시 사업에 뛰어든 김 회장은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농장-공장-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이른바‘삼장 통합경영’을 구축했다. 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안정적인 성장궤도를마련한 것이다.

김 회장은 꾸준한 상승세에 힘입어 1997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고 익산에 육가공공장을 세웠다.

그 무렵 외환위기가 찾아왔지만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IFC는 김 회장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2001년에는 하림그룹을 출범시키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고 각 계열사에 전문 경영인을 배치해 그룹 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육계 가공에 치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 때부터 다양하게 뻗어가기 시작했다.

2001년엔 제일사료를 인수하며 사료사업에 진출했고 육계 계열회사업체 ㈜올품, 가축약품 전문회사인 한국썸뱉, 농수산식품 전문 홈쇼핑업체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 등을 계열사로 편입하고, 양돈과 사료부문 전문기업인 ㈜선진, ㈜팜스코,오리 계열화업체 ㈜주원산오리 등을 확대했다.

2015년 1조원을 들여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해 곡물유통사업까지 진출했다. 이를 통해 단번에 덩치를 키워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그룹이 출범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하림그룹은 곡물유통, 사료, 식품, 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게 됐다. 그룹에 소속된 회사는 78곳에 달한다.

이처럼 성장 역사를 이어온 김 회장이기에‘더미식’의 초반 부진에도 경쟁 업체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상품 품질, 카테고리 등은 이미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갖춰졌기 때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벤처밸리 NS홈쇼핑 별관에‘나폴레옹 갤러리’를 열었다.

‘나폴레옹 갤러리’에는 김 회장이 직접 경매에서 낙찰받은 188만4000유로(약 26억원) 상당의 나폴레옹 이각모가 전시돼 있다.

그는 이 전시를 통해‘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정신을 공유하고 싶어했다.

그는 갤러리 오픈 기자간담회에서“이 이각모는 나폴레옹이 패전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고 역전에 성공한 마렝고전투에서 썼던 모자”라면서 “대한민국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 불굴의 용기, 열정과 탁월한 리더십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추구하는‘불가능은 없다’라는 정신이‘더 미식’에도 통할까? 아직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병아리에서부터 시작해 15조 그룹을 일궈낸 만큼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것 같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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