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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한승욱·이지현 파머포유 대표] 미래보다 지금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서울대 출신 연구원의 귀농 도전기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5-06 12:17

[귀농귀촌-한승욱·이지현 파머포유 대표] 미래보다 지금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서울대 출신 연구원의 귀농 도전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허과현 기자] 왜 우리는 부부이면서도 저녁 한 끼 함께할 시간도 없이 살아야 할까? 아침에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는 직업은 없을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

남들이 다하는 도시생활이지만, 끊임없는 회의에 지쳐 스스로 귀농을 선택한 새내기 농부 한승욱·이지현 부부. 이들 부부는 지금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농촌을 연구하고 개척하며 새로운 삶을 키워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남부럽지 않은 직업도 행복일 수 없는 도시생활

‘파머포유(Farmer4u)[당신을 위한 농부입니다]’를 운영하고 있는 한승욱(38), 이지현(34)부부는 귀농 3년차 새내기 청년 농부다.

대학에서 조경분야를 전공한 두 부부는 남편은 조경설계 디자이너로서 설계일을, 부인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친 후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생활했다. 직업으로만 보면 안정된 직장에 전공까지 살릴 수 있는 일이어서 불만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했다.

더구나 한승욱 씨는 순천만 정원 아이디어 설계부문 대상을 차지할 정도의 조경분야의 재원이었으며, 이지현 씨 또한 도시공원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연구원으로의 생활에 충실했다.

이처럼 이들 부부가 남의 눈에는 더 없이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혼 후 가정생활에서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365일 일과 가정을 구분할 수 없는 남편의 업무 특성상 결혼 후 1년간 저녁 한번 함께 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결혼 1년 만에 임신한 지현 씨가 임신 4개월만에 유산의 아픔을 겪으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부부는 ‘진정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고, 그들은 미래의 행복보다 지금의 행복이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한다. ‘본인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찾은 해답이 해가 뜨면 함께 일하고 지면 쉬는 농업이었다. 귀농을 결심한 부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어디서 어떤 작물을 어떤 방법으로 재배할 것인지 찾는 것이었다. 단순한 성격이 아닌 두 사람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철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귀농 장소는 경제적 부담을 감안해 부인 이지현 씨의 부친이 계신 충북 괴산으로 하기로 했다.

[귀농귀촌-한승욱·이지현 파머포유 대표] 미래보다 지금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서울대 출신 연구원의 귀농 도전기
유기농 작물 첫 수확으로 고객 신뢰를 얻은 성공의 기쁨

장소를 정한 후에는 시간 날 때마다 농촌을 직접 찾아 자문을 받고 체험하며 경험을 늘려갔다. 동네를 찾을 때마다 어르신들은 ‘내려올 때는 집부터 짓지 마라’, ‘집부터 짓고 와서 안 망한 사람이 없다’, ‘버섯은 가격이 내려가서 안 된다’ 등의 걱정 어린 조언들을 해주시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담은 두 부부에게 무엇보다도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부모님이 계신 곳이어서 귀농 후에도 낯선 외로움이 없었고, 소위 텃세를 느낄 틈도 없었다.

흔히 귀농 시 어려움으로 얘기하는 현지인의 배타적 인심은 관계사회인 농촌의 현실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이지현 씨는 단언한다.

농촌의 생활은 서로 함께하는 품앗이 사회임을 고려하면 누구에게나 자기 일처럼 많은 관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귀농 시에는 한 사람이라도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권한다. 그런 점에서 두 부부의 정착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귀농할 때는 집이 아니라 땅을 먼저 사고,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더라도 시설을 먼저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을 그대로 실천했다.

다만 작목으로 표고버섯을 결정한 이유는 철저한 분석의 결과다. 가락시장의 10년치 경매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버섯가격이 하향추세였고, 표고버섯 역시 가격은 하향추세에 있었지만, 나름의 경쟁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농촌에서 생활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작목별로도 밭농사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지나야 소득을 기대할 수가 있고, 과수는 키우더라도 최소 3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부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숙식은 부모님과 함께 할 수가 있었지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즉시 수입이 있어야 했다. 표고버섯을 작목의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도 사실은 즉시 수확을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표고농사는 2017년 5월 배지 5000봉으로 첫 작목을 시작한 이후 9월에 첫 수확을 하게 됐다. 많은 양이 아니어서 지인을 통한 직거래를 주로 했는데, 판매상품 하나하나마다 땡큐카드와 먹는 법, 손질 법 등 꼼꼼한 정보를 함께 전했다. 판매한 결과는 호평으로 돌아왔다.

4인 가족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최소 5만봉에서 7만봉의 배지 재배가 필요하지만, 배지 5000봉으로 첫 수확해 얻은 2,000여만원의 소득은 무엇보다도 큰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2년여 만에 배지 2만 5000봉으로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 뒤에는 지역 표고농장 대표님들의 도움이 절대적 이었다고 부부는 감사해한다. 귀농의 실패이유가 철저하지 못한 계획이 제일 크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 주민과의 관계형성 실패인데, 이들 부부는 지역 농민과의 호흡을 가장 잘 맞춘 케이스이기도 하다.

[귀농귀촌-한승욱·이지현 파머포유 대표] 미래보다 지금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서울대 출신 연구원의 귀농 도전기
쌓여진 신용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시작이 반인지, 고객에게 호감을 얻은 결과는 구매 고객들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졌고, 구매도 선물용에서 일상용으로, 가족에서 계모임으로 발전하는 릴레이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제는 표고버섯뿐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다른 작물까지도 구매요구를 받는 상황이 되어 지역 청년농부들과 농사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귀농 3년차를 지내면서 시작한 새로운 도전은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이루어졌다. 그동안 교육받고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밭농사를 시작한 것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표고버섯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과 자신의 전공을 살린 강연, 공연 등은 다양한 문화를 지역민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지역민 생활의 질 향상 프로그램이다.

이제 두 부부에게 남은 일은 미래를 대비할 과제를 정하는 일이다. 넉넉지 못한 자본이나 산지로 형성된 괴산의 지역 특성을 감안 하면 규모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좁은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할 작물을 키워야 한다. 단순한 유기농 작물보다는 효용작물로 품격화하고, 물질의 효용을 찾아내 글로벌 특허를 자산으로 한 바이오와 연계한 신품종 개발 등이 경쟁력 있지 않을까?

이들 부부가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끈기있게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이지현 씨에게 미래의 비전을 묻자, “도시에서는 정년 후를 걱정해야 하지만, 농촌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더없는 행복이라고 했다.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그들의 꿈을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청년농부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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