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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소수의견, 8월과 그 밖의 시간

장태민

기사입력 : 2018-07-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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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수정 기자, 이일형 위원의 금통위회의장 자리는 이주열 총재와 가장 가깝다

사진=구수정 기자, 이일형 위원의 금통위회의장 자리는 이주열 총재와 가장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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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가운데 인상 시점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12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1.50%에서 동결됐으나 금통위 내에서 가장 매파적인 성향이 강한 이일형 위원이 인상 주장을 내놓았다.

최근까지 금융시장에선 미중 무역분쟁 격화,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8월 금통위의 만장일치 금리동결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소수의견 출회 속에 '8월과 4분기' 중 어느 시점이 더 유력한지를 놓고 관점이 부딪히고 있다.

■ 한은 총재의 말말말

전날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0.1%p 하향 조정했지만 경기관이 나쁘지는 않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실물경제는 소비, 수출이 견실한 성장세"라며 "앞으로도 국내경제는 상반기처럼 설비, 건설 쪽이 둔화되겠지만 수출, 소비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물가 상승률도 향후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를 유지하다가 유가 등으로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4분기에는 1%대 후반으로 높아져 목표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은 조사국 쪽은 기조적인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환석 조사국장은 "규제가격에 의한 물가 왜곡이 커져서 이를 제외하고 보면 근원물가는 2분기에 0.2~0.3%p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016년 10월 물가설명회 때부터 꾸준히 규제가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과 규제에 따른 가격은 분간해서 파악해야 기조적 물가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코어) 물가의 순수한 수요압력을 측정하기 위해선 물가 관련 보조지표인 규제가격을 제외하고 보는 게 적합하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과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서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전망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대내외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며 "무역분쟁 전개방향, 연준 금리결정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시장의 '소수만 예상한 소수의견'이 나온 뒤 '이것을 (인상) 시그널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금통위 결정은 금리의 현수준 유지이고 소수의견은 한 분이다. 소수의견을 공식적인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좀 무리다. 소수의견 의견은 나중에 의사록 자료에서 확인해 달라"고 했다.

'소수의견을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에 방점을 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한은 총재 입장에선 이런 정도의 답 이상을 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금리 인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인상의 의지를 비쳤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소폭 낮췄지만, 상반기 실적도 좀 반영하고, 하방 리스크도 고려한 데 따른 결과"라며 "물가도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여러가지 물가에 미치는 요인들 고려해보면 4분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렇게 보면 4월 전망 때 봤던 성장과 물가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총재는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와 관련해 "우리가 잠재수준의 성장을 지속하고 물가도 목표에 근접한다면 크게 봐선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이 같은 입장에서 바뀐 것은 없다"고 했다.

■ 국제통 이일형 위원

소수의견을 제시해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이일형 위원은 2016년 4월부터 금통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일형 위원은 한국은행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됐으며, 당시 한은 총재가 올해 연임에 성공한 이주열 총재다. 이에 따라 이 위원이 상당부분 한은맨들의 시각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많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윤면식 한은 부총재 역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추론된다.

이 위원은 이른바 국제통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으며, 2013년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으로 일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공부를 하고 국제기구 등 대외 관련 업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글로벌한 관점에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는 사람도 있다.

한 해외채권 투자자는 "국제통인 이 위원이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 등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 100bp 안 쪽이면 자본유출 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많지만, 이 위원은 이런 시각보다 균형을 중시하는 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자본유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근래 FX스왑 움직임 등은 불안을 나타냈다"면서 "한국에 문제가 없더라도 일부 신흥국 위기가 심화되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선 유동성이 좋은 한국물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속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주식 매도액 이상으로 채권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는 순유입 상태다. 아무튼 이 위원은 금통위원이 대거 임명되던 2016년 당시부터 상대적으로 매파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호사가들은 비둘기 셋(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조동철·신인석 위원)에 매 하나(이일형 위원)가 금통위에 입성했다는 얘기들을 하곤 했던 것이다.

■ 이일형 위원은 연속 안타를 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이일형 위원은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이후 다음 회의인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됐다.

이번에도 이 위원이 금리인상 주장을 펼친 가운데 그가 분위기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다.

8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모간스탠리는 과거 소수의견의 성공률을 분석해 주목을 끌었다.

모간스탠리의 분석에 의하면 2003년 이후 54차례의 금리결정회의에서 한 명이나 그 이상의 '소수의견'이 나온 경우 그 다음 회의에서 소수의견 대로 되는 확률이 61%에 달했다. 당장 다음 회의에서 소수의견 대로 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는 예기다.

하지만 소수의견이 '동결'을 주장할 때 확률이 높았으며, 인상과 인하와 같은 '변동'시엔 확률이 떨어졌다.

금리 '동결'이 소수의견일 때 다음 회의에서 이 소수의견 대로 된 경우는 19차례 중 19차례, 즉 100%였다. 금리가 인상이나 인하되더라도 반대자가 있으면 그 다음 회의에선 금리가 무조건 동결됐던 것이다.

금리를 내리자는 소수의견 대로 된 경우는 21차례 가운데 8번, 즉 38%였다. 금리를 올리자는 소수의견 이후 다음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된 경우는 13차례 가운데 6번, 즉 46%였다.

금통위 내 가장 강력한 매파인 이일형 위원의 지난해 10월 인상 소수의견은 11월의 금리인상을 이끌었다. 11월 인상 당시엔 금통위 내 가장 강력한 비둘기파 조동철 위원이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냈으며, 다음 회의에서 금리는 동결됐다.

작년 11월부터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가운데 금리인상의 폭은 통상적인 사이클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 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일형 위원이 연속 안타를 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8월과 그 밖의 시간

당장 8월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으면 인상 시점은 4분기 이후로 미뤄진다. 3의 배수의 달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의견에 무게를 싣는 쪽은 다음 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이다.

HSBC의 제임스 리 분석가는 "7월 금통위에서 1명의 소수의견이 나왔는데, 지난 5월 금통위의사록을 보면 그 당시 회의에서는 2명이 더 금리정상화의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무역갈등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을 것이란 관점만 유지되면 금리 인상이 가능한 상태"라면서 8월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금리결정과 관련한 금통위 의사록 중 가장 최신 공개물인 5월 의사록에선 3명의 금통위원이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무역분쟁으로 인상시점이 더욱 모호해진 면이 있지만, 이일형 위원에 동조하는 위원들이 늘어날 수 있다.

BOA메릴린치의 캐슬린 오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9%로, 내년 전망을 2.8%로 각각 0.1%p씩 내렸지만 한은의 성장 전망은 견조하다. 수정된 정망 모두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며 8월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그는 "이일형 위원의 소수의견은 금통위의 변함없는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며, 이주열 총재의 톤은 조심스럽게 호키시했다"고 지적했다.

한미 금리차 확대나 환율, 유가 등 물가상승률을 올릴 요인들을 감안하면 8월에 금리를 올려 놓는 게 좋다는 의견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인상 소수의견은 최근 경제여건 중 국내 통화정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요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소수의견을 금통위원 1명의 개인 의견이라기보다는 한은의 금리인상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율 상승 때문에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서 "과도한 원화 약세 기대 조절, 그리고 환율과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수의견 출회에도 불구하고 무역분쟁에 무게를 두는 쪽은 4분기 인상이 보다 유력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바클레이즈는 "소수의견 출현으로 8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done deal)로 볼 수 없다. 이주열 총재는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으며, 무역전쟁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는 "한은은 좀 더 동결을 유지하면서 고용시장 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정책금리는 4분기 중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올해 들어 부쩍 관심도가 높아진 고용지표 등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예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분석가는 "당초 7월 소수의견, 8월 인상을 예상했으나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고용부진은 가계소득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금통위는 예상보다 매파적이었으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선제적인 인상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이 정부정책과 엇갈릴 수 있어 금리 인상은 4분기에 단행될 것으로 봤다.

■ 채권시장의 금리인상 기대 비중은...

이런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의견차가 적지 않다. 다만 8월 인상보다 4분기 인상에 무게가 좀 더 실린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대략 사람들의 전망을 보면 8월 금리인상과 4분기 중 금리인상 전망 비중이 1:2 정도인 듯하다"면서 "다음 달 금리인상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4분기 인상이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금통위 결과나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시기별 가능성을 추론해 보기도 한다.

금통위의 만장일치 동결을 당연시했던 증권사의 한 딜러는 "8월 인상 가능성은 대략 20% 정도 되는 것같다. 10월이나 11월, 즉 4분기 인상 가능성은 70%, 연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은 10% 정도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의 위력이나 투자자들의 긴가민가 하는 모습 등을 감안할 때 8월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8월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의 보고서 등을 감안해 인상 확률을 따져보기도 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략 24개 국내외 분석가들의 보고서를 보면 8월 인상이 9명, 4분기 인상이 11명, 연내 동결이 4명 정도로 나온다. 8월에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8월 인상 가능성도 40% 정도는 되는 만큼 8월 금통위는 빅 매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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