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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컨텐츠만으로 고객을 잡을 수 없다”

원충희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3-12-04 22:13 최종수정 : 2013-12-18 16:57

KB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보편적 컨텐츠만으로 고객을 잡을 수 없다”
훈민정음 출시, 혜담카드와 원카드 ‘투트랙’ 전략

한글과 오방색…전통관념·의식을 마케팅에 연계

지난 7월 KB국민카드의 새로운 조타수가 된 심재오 사장이 처음으로 꺼내든 ‘훈민정음’ 카드는 그동안 ‘혜담’으로 대변되던 원카드 전략을 흔들 수 있는 터닝포인트로 평가받고 있다. 혜담처럼 원카드를 선호하는 고객도 분명히 있지만 특화된 업종에서 혜택을 차별화해 받길 원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투트랙’ 전략으로 상품을 추진한다는 게 KB국민카드의 입장이다. 은행의 부행장에서 카드사의 대표가 된 심재오 사장의 복심은 무엇일까.

◇ 야심작 ‘훈민정음’은 어떤 카드?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신상품 훈민정음 카드의 런칭을 발표한 심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류와 한글의 세계화 추진에 발맞춰 상징적 의미로 훈민정음이란 상품 브랜드를 선정했다”며 “혜담카드는 원카드 전략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훈민정음을 투트랙으로 갖고 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000만 고객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14가지로 구분했으며 이를 다시 4가지로 집합시켜 탄생한 것이 훈민정음 카드”라며 “이미 수천가지의 카드가 나와 있는 틈바구니에서 브랜드를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 한 글자당 의미를 부여하고 한국인은 한국카드, 국민카드는 ‘국민생활의 힘’이란 KB카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별로 특화된 4종의 한글시리즈 카드 훈민정음은 KB국민카드의 새로운 경영진 출범 이후 첫 작품이다. 특이점은 한글로 된 상품명을 적용해 시리즈화 했다는 것인데 훈, 민, 정, 음의 각 음절이 가진 뜻을 라이프스타일 특성과 연계되도록 했다.

훈(알찬 내일) 카드는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자녀교육과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위해 학원 10%, 레저·피트니스 5%, 약국 최대 10%의 할인혜택을 주도록 설계됐으며 인간의 지혜를 뜻하는 흑색으로 디자인했다. 민(행복한 생활) 카드의 부제는 ‘가족의 마음’이다. 쇼핑과 여행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대형마트 10%, 편의점 5%, 이동통신요금 최대 10% 할인을 제공하며 황색으로 디자인했다.

정(빛나는 매력) 카드는 ‘여자의 마음’이란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심을 잡기 위한 카드다. 인터넷 쇼핑몰 및 홈쇼핑 10%, 뷰티업종 5%, 백화점과 면세점에 최대 10% 할인혜택을 주며 정열과 창조를 의미하는 적색으로 디자인했다. 음(즐거운 휴식) 카드는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카드로 컨셉을 잡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마시는 커피는 30%, 영화·공연·소셜커머스 5%, 골프 및 KB투어 최대 10% 할인을 각각 제공한다. 생명과 성장을 의미하는 청색을 카드의 바탕 디자인으로 삼았다.

여기에다가 앱카드 ‘K-모션’으로 편의점 이용시 5%, 시즌별로 특화 가맹점 이용시 50%, KB국민은행 장기거래 고객에게 5% 할인을 특별서비스로 제공한다. 본인이 추구하는 소비패턴에 최적화된 카드를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할인혜택을 강화했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국내전용 5000원, 국내외겸용 1만원이다.

◇ 한글과 오방색을 카드에 입힌 이유

훈민정음이란 코드를 더 부각시키기 위해 TV광고에는 세종대왕의 20대 손인 이석씨를 섭외했다. 발표장소 선정도 훈민정음 코드에 맞춰 세종문화회관을 선택했다. KB카드 본사가 ‘한글 가온길’에 위치해 있는 것도 연관시켰다. 세종대왕이 즉위 26년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과 KB국민카드가 법인화 이후 26년만에 훈민정음 카드를 발표한 것도 매칭시켰다.

심재오 사장은 “KB국민카드 본사가 한글학회,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생가터 등이 위치해 있는 한글의 중심지 한글가온길과 인접하고 있는 점도 훈민정음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며 “한글카드 출시를 계기로 향후 세종학당재단과 함께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국어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학당재단과 조만간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며 “전 세계 117개국에 한글교재 보급을 지원하고 현재 중단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에게 한글을 교육하는 한글학당을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색상과 스토리 구성에도 중점을 뒀는데 오방색 중 백색을 제외한 색깔을 선정, 컬러톤은 지갑에 넣어도 눈에 띄고 정갈하게 디자인했다. 전통색상인 오방색을 카드디자인에 반영한 이유도 고객이 최대 4개까지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드색상을 조합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원카드 전략 포기 아니다

KB국민카드의 훈민정음 시리즈는 현대카드가 알파벳 시리즈, 삼성카드의 숫자 시리즈에 이어 나온 한글 시리즈다. 심재오 사장이 취임 후 5개월 동안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색상인 오방색에 맞춰 최근 그는 임원회의에서 오방색의 넥타이를 디자인해 착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오방색을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복이 온다는 주술적인 민속의식 때문이다. 훈민정음에도 그런 성향을 활용했다.

심 사장은 “우리의 의식에 내재된 전통에 대한 향수를 강화해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데 집중했다”며 “카드산업이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제도변화에 따라 어려운 상황이라 혁신적이고 의식적으로 거부감도 없어야 하는 상품이 필요했다”고 출시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그의 생각은 지난 7월에 열린 취임사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당시 심 사장은 4가지 핵심과제를 내세우며 혁신적인 카드상품과 고객 서비스, 브랜드 관리, 프로세스, IT 등을 지목했다.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 원카드 전략만 가지고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했다. 근본적으로 원카드 전략을 접고 훈민정음으로 가는 것은 수익성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원카드 전략은 혜택만 뽑아먹고 정작 쓰지 않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를 양산시키는 컨셉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재오 사장은 원카드 전략 포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혜담1이 과도한 비용 때문에 고전했지만 혜담2는 꾸준히 나가고 있다”며 “포인트리나 무이자할부에 강점을 갖고 리뉴얼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DC(디스카운트)형이 많이 잊혀져 있어서 새롭게 훈민정음 카드를 출시한 것으로 원카드와 세분화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PB시절부터 지속된 조직문화 철학

심재오 사장은 KB국민은행 부행장 시절 투신상품 시대를 열었던 기획력에다 PB영업에도 성과를 내는 등 리테일 마케팅에 정통하다고 평가받는 중역이었다. 은행에서는 PB에서 잔뼈가 굵었을 정도로 프라이빗 뱅킹의 전문가다. 투신상품 부장 시절에는 은행권에 적립식펀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은행업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 내는데 한몫 단단히 하기도 했다.

그 시절부터 심 사장은 응집력 높은 조직문화 구성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마인드를 자주 내비쳤다. PB인력 육성과 역량 높이기와 더불어 주력했던 과제가 ‘비전에 대한 공감대로 뭉치는 응집력 높은 조직구현’이었다. 응집력 높은 조직문화를 갖추려는 것이 곧 모든 PB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와 관습을 확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마다 직업과 연령, 성향과 취미가 모두 개성이 넘치는데 보편적인 컨텐츠로 평이한 컨설팅을 하려 했다가는 바로 다른 금융사로 떠나고 만다”며 “카드 역시 하나로 모든 고객을 아우르려하기 보다는 일원화된 원카드와 차별화된 혜택을 주는 카드가 투트랙으로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 KB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프로필 〉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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