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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직연금은 금리가 아닌 ‘서비스경쟁력’

원충희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3-06-03 07:11 최종수정 : 2014-09-04 01:32

삼성생명 박홍민 퇴직연금연구소장

이제 퇴직연금은 금리가 아닌 ‘서비스경쟁력’
노후준비 미흡, 연금수령비율 2.6%로 매우 낮아

‘투자원칙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 제도보완 필요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에는 여러 개의 연구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퇴직연금연구소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하기 위해선 계획적인 노후준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의미에서 퇴직연금제도의 역할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이 퇴직연금기관으로서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도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한 까닭도 여기서 비롯됐다.

2008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박홍민 소장은 국내에서 연금에 관해 손꼽히는 전문가다. 금융감독원을 시작으로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을 거쳐 삼성생명에 입사한 박 소장은 현재 한국연금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금제도에 관련한 정책세미나에서는 빠지지 않고 패널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 퇴직연금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국내의 경우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에 이어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완성됐다. 국민 노후보장 측면에서 1층 국민연금(공적연금)은 기초적인 생활을, 2층 퇴직연금은 안적정인 생활을, 3층 개인연금은 여유 있는 삶을 각각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60년 재정고갈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재정안정을 위해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목표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졌는데 이로 인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또 보험연구원(2011)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금저축(개인연금) 가입률은 19.0%에 불과한 상황이며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가입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상용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2층 퇴직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 박 소장은 “퇴직연금연구소는 설립 이래 선진사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및 리서치 활동을 통해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각종 세미나 및 포럼개최 등을 통해 퇴직연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지속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초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와 통합 연구조직을 발족해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된 국민적, 개인적 차원에서의 재무적 은퇴준비에 관한 연구도 병행했다”며 “그러나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국가 정책적으로도 연금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사적연금에 대한 제도적 측면에서의 심층연구가 필요하게 되면서 퇴직연금연구소는 은퇴연구소에서 분리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괄하는 연금제도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 국내 퇴직연금은 어떤 문제가 있나요?

퇴직연금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줄 퇴직금을 금융사에 예탁해 운용하는 방식인 확정급여형(DB)과 직원들의 계좌로 돈을 주고 직원들이 직접 금융사를 선택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직원이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더라도 퇴직금을 적립해주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기본 틀은 이처럼 선진국과 매우 유사하지만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퇴직연금제도는 장기 근무한 근로자의 공로를 인정해 노후를 보장해주는 복지제도의 성격이나 국내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노후를 위해 기업이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일종의 임금 후불적 성격인 셈.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이 대신 퇴직금을 운용해주는 간접투자 문화가 성숙되지 않아 근로자들에게 확정기여형은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최종급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확정급여형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박홍민 소장이 보는 우리나라 고령화 현상의 가장 큰 위험성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 부족한 노후준비를 꼽았다. 박 소장은 “노령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이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비해 근로자들의 노후준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비록 퇴직연금제도가 점차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른바 선진형 3층 사회보장체계의 틀을 갖추게 됐으나 여전히 대부분 근로자들이 주택마련 및 자녀교육을 위해 재력을 소비하면서 스스로의 노후준비에는 소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2005년 12월 도입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2013년 3월말 현재 68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퇴직금을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임에도 실제 연금으로 수령하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이 낮아 퇴직연금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작년 한 해 동안만 해도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는데 영국처럼 퇴직연금 자산의 75% 이상을 연금으로 수령토록 의무화하거나 스위스처럼 퇴직금의 연금수령을 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퇴직연금 자산이 1년 이하 단기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편중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가장 효율적인 자산운용 및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기간별(장/단기), 상품별(원리금보장/실적배당) 분산투자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 특히 지금 같은 저금리시기에는 더욱 이 원칙이 중요해졌다. 박홍민 소장은 “2013년 3월말 현재 퇴직연금적립금의 93.4%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의 82.4%는 1년 이하 단기로 운용되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퇴직연금 자산의 중장기에 걸쳐 다양한 상품으로 운용되는데 이를 위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분산투자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투자원칙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퇴직금제도가 퇴직연금과 병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 소장은 “현재 사내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가 병존해 퇴직연금 가입확대가 제한되고 있다”며 “사내 퇴직금제도의 경우, 기업 도산시 근로자 퇴직급여 수급권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처럼 퇴직연금제도로 일원화해 근로자 가입률을 90%까지 높이거나 영국처럼 임의제도인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그의 입장은 확고하다.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기업입장에서도 퇴직연금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 만족도가 증진하면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외적립에 따라 퇴직급여 수급권이 보장돼 노후생활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전체차원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 퇴직연금시장, 이젠 금리가 아닌 서비스로

모든 금융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퇴직연금시장 추이를 보면 은행권이 독보적인 반면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여전히 삼성생명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새로이 갖춰야할 경쟁력은 무엇일까. 박 소장은 “그동안 퇴직연금시장에서의 주요 경쟁요소는 금리였으나 신탁계약 내 자사상품 편입이 일부 제한되면서 고금리 제공을 위한 경쟁은 다소 완화됐다”며 “이로 인해 퇴직연금시장에서는 서비스경쟁력이 새로운 핵심 경쟁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탁계약 내에 자사상품을 편입하게 되면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에서는 신탁계약 내 자사상품 편입비율을 현재 70%에서 50%로 단계적 축소할 예정이다.

그는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퇴직연금제도 본연의 도입취지를 고려할 때 자사상품 편입은 완전히 금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따라서 선진형 시스템 구축해 차별화 된 자산운용컨설팅 등 서비스 측면에서 근로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향후 중소기업의 도입확대가 예상되는는데 퇴직연금제도 모집인채널을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보험사가 갖고 있는 중장기 자산운용능력이나 다양한 연금설계능력 등 다른 강점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홍민 퇴직연금연구소장 프로필 〉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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