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자본시장법 입법 과정에서 조건부자본발행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미궁에 빠지면서 발행자체가 어려워지는 불의의 악재가 향후 추이에 눈길을 끌게 하고 있다.
◇ 바젤Ⅲ 원년 앞둔 후순위채 미리 발행 성공적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2014년까지 후순위채 만기도래 물량은 약 16조원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6조 3900억원 정도의 후순위채가 만기도래한다. 그 뒤는 신한은행(2조 8700억원), 우리은행(2조 7400억원), 농협은행(2조 4000억원), 하나은행(2조 2600억원), 외환은행(1조 500억원), 기업은행(1100억원) 순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은 2014년까지 만기도래 규모 중 현재 2조 3000억원을, 신한은행은 2조 4000억원, 우리은행은 1조 50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가 계획하고 있으며, 기업은행 또한 올해 말 2500억원어치 추가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외환은행 역시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내년 은행권의 후순위채 발행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자본시장법 통과 불발 조건부자본 발행은 언제?
호재가 있었다면 악재 또한 있다. 현재 은행들이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자기자본으로 100% 인정받지만 만기 5년 미만인 경우 매년 20%씩 자기자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부분 장기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확충을 해 왔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바젤Ⅲ가 도입되면 은행은 생존 불가능한 시점, 파산 때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등의 조건부자본 요건을 갖춰야 자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바젤Ⅲ 도입 후 조건부자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법적 근거를 포함시켰지만 자본시장법 연내 국회 통과 무산으로 조건부자본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SK증권 이수정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생존 불가능 시점, 파산 때까지 고려한 조건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발행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며 “높은 이자비용을 지급하면서 후순위채 발행 통한 자본확충 유인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고정금리 장기대출 등 은행이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커버드본드가 또 하나의 장기 투자처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커버드본드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늘리며 가계부채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담보자산, 은행 재무제표에는 반영되나 파산위험으로부터는 제외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 없이 조달금리 경감을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자는 우선변제권을 포함해 이중청구권이 보장되므로 일반은행채 대비 안전하다”고 말했다.
◇ “변수 점검 필요 악화 시나리오도 마련해야”
일각에서는 저금리 패턴이 계속 이어지고 대외 불안요인이 가중되면 외국이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어 악화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은행 관계자들은 “후순위채는 보험사나 연기금 등이 주요 투자가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커버드본드의 경우도 주요 투자가가 보험사일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이탈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국내 저성장 기조 속에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중시하는 컨트리리스크가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 악화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 또한 깔려 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은행 경영 과제 가운데 하나로 시나리오 경영체계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 경제주체들은 높은 부채비중으로 인해 외생적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금융회사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를 최대한 고려하여 시나리오를 구성,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던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채권시장 여건이 봄 날씨를 방불케하고 있지만 글로벌 불안요인이 걷힌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컨트리리스크는 방향 예측이 어렵다는 상황만 간파해도 상황 악화 가능성 모니터링을 게을리 하지 말고 악재가 발생했을 때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이 리스크관리 경영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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