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기은, 산은도 민족자본 성격이 여전히 강하고 토종은행을 자처할 만한 사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적 표출로 이어지는 갈등 또는 견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농협은행이 지난 5일부터 TV광고를 낸 데 따른 정서적 불편함을 드러냈다가 여론의 도마에 오를까 저어하는 심리도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5일부터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등 국내 대표 영화배우들을 모델로 한 TV광고를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이번 광고는 한국자본과 시중은행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국내 자본 100%은행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국내 자본 100%은행(설경구) △국내점포 최다은행(최민식) △사회공헌에 우수한 은행(송강호) 등의 3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아직까지 농업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국내 자본 100%은행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한국자본과 시중은행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족자본 토종으로 불리길 원하는 우리은행, 기은, 산은 등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16일 현재 우리금융은 21.72%, 기업은행은 13.14%의 외국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경영성격 등을 고려하면 토종은행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난 1899년 민족자본에 의해 최초로 설립된 민족정통은행”이라며 “요즘 토종은행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농협이 이번에 농협중앙회가 아닌 자체적으로 TV광고에 나서다보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토종은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잠재고객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며 “지난 3월 출범한 농협이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격을 둘러싼 출혈 경쟁보다는 정체성과 고객 정서를 둘러싼 경쟁을 펼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