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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보험이 일확천금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최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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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10-05 21:54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양승규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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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보험이 일확천금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모럴리스크는 보험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

보험은 다른 금융권과 성격달라 분리 감독해야

보험산업 만큼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의 기간이 긴 상품도 없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년간 이어진다. 내야할 보험료는 보통 가입 당시에 확정되지만 보험금을 받는 것은 수십년이 지나야 확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수십년 후에도 보험사가 망하지 않고 내게 보험금을 줄 수 있는 회사인지, 또 보험사는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아 적자가 나지는 않을 지, 늘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은 익숙한 명제다.

국제 보험시장에 밝은 한 인사에게, 세계 보험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로이즈에 가면, 나이 여든이 넘은 노인들이 아직도 펜을 잡고 언더라이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흰 머리와 깊은 주름 속에 반백년의 시간동안 쌓아온, 하지만 데이터화 할 수 없는 경험과 연륜이 녹아있고, 이것이 보험의 대상을 정확히 평가하는 최고의 기술이라는 얘기였다. 최소 30년 이상의 경험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 산업만큼 경륜이 중요한 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로들이 보는 최근의 보험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보험법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양승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장을 만나봤다.

◇ 보험에 대한 그릇된 인식 바로잡혀야

양승규 위원장을 만난 것은 뜻밖에도 양 위원장 내외가 살고 있는 서울 외곽의 한 실버타운에서였다. 위원장 부부 내외가 살기에 좁지는 않아 보였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위급 인사의 거처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어도 허전하지 않을 크기의 거실 한 복판에는 사모님이 친다는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었는데, 양 위원장 자택 내에 있는 물건 중 사치품이라고 할 만한 유일한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일상을 등에 업은 양 위원장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 위엄이 있었고, 또 단호했다.

양 위원장은 현재 보험산업에서의 가장 큰 문제로, 보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부족을 꼽았다. 보험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또 강자인 보험사는 약자인 보험계약자에게 반드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산업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보험은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모여 각자의 위험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이 중 몇몇이 떼를 쓰고 받지 말아야 할 돈을 받는 모럴리스크가 일반화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른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보험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강호순 사건을 예로 들며, “화재로 장모와 처가 사망했을 때, 보험사가 ‘이상하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우리 사회는 ‘보험료 받았으면 일단 보험금부터 주라’고 비난한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 역시 실적 위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보험사들 역시 마구잡이로 계약고를 올리는 데만 치중하지 말고, 언더라이팅과 사고 조사를 철저히 하고 정확히 처리해야 보험에 대한 인식도 바로 잡히는데, 사고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문제만 제기하고 그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불성실한 상품설명 사례도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고혈압이더라도 가입할 수 있는 표준하체 보험(평균보다 위험률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판매 광고를 보니까, ‘가입후 2년이 지나면 보험금을 얼마 지급한다’는 설명이 나오더라”며, “사실 2년이 지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보험사들도 소비자들을 위해 이런 부분을 명확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부도덕한 개인의 모럴리스크를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와 건강보험 진료수가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양 위원장은 “자동차를 타다가 다친 사람과 다른 이유로 다친 사람의 치료비가 달라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말 자동차보험 환자라서 치료가 특별히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 그런 것들만 선별해 좀 더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병원들은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 환자보다 약 20%정도 비싼 치료비를 받고 있다. 양 위원장은 “의사는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를 지켜야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환자와 결탁해,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것도 쉽게 입원시키는 행태는 분명 바로 잡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보험감독은 분리돼야

최근 국회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기능과 재무건전성 감시 기능을 분리하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쌍봉형’ 금융감독체계를 도입하자는 논의인데, 이에 대해 양승규 위원장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보험거래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계약자 보호인데, 즉 능력있고 건전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의 돈을 맡아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것이 일차 목표”라며, “따라서 보험사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만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특별한 사안에 대해서는 금감원 내에 설치된 소비자보호감독국이나, 분쟁심의위원회 등을 활용하면 된다”며, “해외의 추세나 동향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을 무리하게 쫓아가는 것은 늘 문제가 생겨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험과 함께 은행과 증권을 함께 묶어 감독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통합감독의 시초인 영국은 보험산업에 대해 자율적인 규제기구를 두고 있어 대부분의 규제가 이를 통해 이뤄지고 통합금융청은 큰 틀에서의 제시만 해주는데, 이를 은행이나 증권과 같은 잣대로 보험사를 규율하려고 하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보험산업은 한 국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봐야지,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보험감독기구는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양승규 위원장은 또 공정위원회의 보험사에 대한 카르텔 감시에 대해서는 중복된 감독으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금융감독기구에서 이미 세밀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융감독기구와 별도로 공정위가 보험사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고 있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금융산업처럼 해당 감독기구가 따로 있는 산업보다는 그렇지 않은 산업을 감시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 보험법학계 최고의 원로

양승규 위원장은 국내 보험법학 분야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법이 처음 제정되던 1962년, 양 위원장은 국내 최초의 보험법분야 논문인 ‘보험계약에서의 피보험이익’을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의 일이다.

1981년에는 ‘보험법개정의견’ 단행본을 출간했고, 1987년에는 보험법의 전분야에 걸친 이론적 체계를 정립한 ‘보험법(단행본)’을 저술했다. ‘양승규 저 보험법’은 현재까지도 보험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고전과 같이 읽히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또 90년대 들어서는 상법 중 보험법·해상법 분야의 개정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법무부 상법개정위원, 보험감독위원회 위원,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회 보험부문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2006년에는 보험법학회의 설립을 이끌어 출범시켰으며, 1962년부터 1999년까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후학을 양성, 국내 상사법학계와 보험법학계의 중진을 대거 배출했다. 지금도 매월 손해보험지를 통해 판례평석을 내놓고 있다는 양 위원장은, “원로라고 해서 대우나 받아야 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그 동안의 연륜과 경험을 공유하고 나눠주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프 로 필 〉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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