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0월말 단행된 정부의 시장개입 조치로 국내은행들의 원화 유동성 문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이에 비해 외화유동성은 아직 답보 상태”라고 밝혔다.
원화 유동성 상황이 호전된 가장 큰 이유로 ‘원화 유동성비율 감독기준 완화’ 및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 결정’등이 꼽혔다. 이 연구원은 “원화 유동성 측면에서 유동성비율 감독기준 완화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고, 이를 전후하여 ‘은행채 발행물량 증가’, ‘은행채 스프레드 하락 반전’, ‘CD 금리 하락’ 등의 긍정적 시그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말 3개월 기준 100%이상인 원화 유동성 감독기준을 1개월 기준 100%이상으로 낮췄다. 이같은 조치에 일단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은행의 원화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 은행채와 CD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점도 있었으나 실제 유동성 상황과는 별개로 매월 원화 유동성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은행의 장기자금 조달부담이 증가한 요인이 컸다”며 “정부가 유동성비율을 완화한 이후 긍정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성비율 완화 이후, 은행채 발행시장에서 물량소화가 이뤄지기 시작하고 있고 은행채 스프레드가 하락세로 반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CD금리도 큰 폭의 하락을 보이며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전했다.
이와 함께 이 연구원은 “아직 CD와 국고채간 금리 역전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은행채 스프레드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완전한 유동성 경색 해소 국면을 논하기엔 다소 이른 상황”이라며 “그러나 은행의 원화 유동성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연구원은 우선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향후 운용쪽 부담도 은행의 대출자제 움직임으로 인해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또 정부 발표에 의하면 유동성 비율 완화는 원화 유동성비율의 13.5% 상승 및 은행권유동성 여력을 40~50조원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은행의 유동성 관리에 숨통을 틔워주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특히 MMF나 CMA에서의 은행채 및 CD 수요만 살아난다면 완전한 유동성 해갈 국면이 기대된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같은 원화유동성 문제 해결 등으로 내년도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내년도 NIM이 올해보다 10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의 개입조치로 올해 평균치 수준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NIM이 당초 전망 보다 10bp상승할 경우, 은행권 전체의 내년도 이익전망치가 29조5000억원에서 1조1700억원 늘어난 수준이 될 것이며 총 여신 대비 충당금적립전 이익률도 당초 1.94%에서 2.07%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외화유동성 문제 해결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내은행이 처한 외화유동성 문제의 본질은 미스매칭(Mismatching)리스크가 아니라 리펀딩(Refunding)리스크”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은행의 외화 자산과 부채간 잔존만기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리펀딩(Refunding)시 조달기간이 매우 단기화되고 있다는 점과, 파생상품과 같은 난외계정의 카운터파트 리스크(거래상대방 위험)가 해소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및 글로벌 경기 안정이라는 명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화유동성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