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8일부터 외화 유동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화 모으기’ 캠페인을 올해 말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외화예금 고객에게 절차상 부과되는 외화 현찰수수료를 최대 100% 면제하며, 외화 정기예금 가입시 연 6.92%(3월물)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외화 지폐를 환전할 경우 최고 60%의 환율우대 혜택도 주어진다.
하나은행도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외화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기업전용 외화MMDA 상품인 ‘하나 외화수퍼플러스’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예금 잔액별로 차등금리를 적용하며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유로화 등 8개 통화의 예치가 가능하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도 외화예금 금리를 최대 3%포인트 이상 올리며, 시중 외화를 끌어 모으고 있다.
지방은행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올해 말까지 ‘외화 모으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해외송금액의 고객지급 시 최대 70%까지 환율을 우대해주고, 외화예금으로 입금할 경우에는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준다. 외화정기예금의 경우 연 5.0% ~ 6.0%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전북은행도 ‘외화예금 고객우대행사’를 통해, 기존의 고시금리에 미국달러화는 기간별로 0.3~0.5%, 엔화는 1.0%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또 현찰수수료 면제, 송금수수료 우대 혜택 등도 실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 금리 인상을 통해 외화를 예금하는 고객들은 금리혜택 등의 이익을 챙길 수 있고, 은행들은 외화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올해 9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232억7000만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10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7월 50억8000만달러 증가로 사상 최대의 증가를 기록했던 거주자 외화예금은 8월에 21억1000만달러 감소로 돌아섰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주자 외화예금이 증가함에 따라 달러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외화예금이 증가한 것은 개인예금이 감소했지만 기업들의 수출대금 입금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화예금의 87.8%(204억2000만달러)는 기업예금으로 12억1000만달러 늘었고, 개인예금은 28억5000만달러(12.2%)로 1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통화별(9월말 환율 기준)로 보면 엔화 예금 잔액은 15억5000만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2억7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미국 달러화 예금은 196억7000만 달러로 12억5000만달러 늘었고, 유로화예금은 16억7000만달러로 5000만달러 증가했다.
한편, ‘외화 모으기’운동을 놓고 정치권은 시끄럽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적인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제안하며 “올해 8월까지 해외 여행객수는 887만명이며, 이들이 귀국할 때 각자 50달러 정도를 갖고 온다고 가정하면 캠페인을 통해 모을 수 있는 외화는 약 4.4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이 봉인가’”라며 “(국민들에게)달러 내놓으라고 요청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중은행 달러예금 상품 >
* 개인 대상 (자료 : 각 은행, 김영선 의원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