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석 인터넷 전도사를 겸임하고 있는 구글의 빈트 서프 부사장은 17일 한국을 방문해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제언’이란 주제로, 미래 인터넷의 모습과 현 구글의 행보 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산과 아시아 시장의 성장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모바일 통신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근하는 인구 증가가 현실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현재 12억명의 인터넷 사용자 중 약 4억6000만명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상태”라며 “아시아는 아직도 전체 인터넷 보급률이 12.4%에 머무르고 있어 향후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구글은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동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양적인 측면에서도 아시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한국은 글로벌 테스트 시장
“인터넷은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에 관여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흥미는 끝단인 PC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이며, 엔드 투 엔드의 원칙 속에서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에 아무것도 제약이 될 수 없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동 시장에서의 기회를 표현한 빈트 부사장의 연설 내용이다. 이 말이 시사하는 것은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있다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터넷의 개방성이 각 기업에게는 기회이지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빈트 부사장은 “최근 인터넷 상에서의 놀라운 변화는 정보의 소비자가 생산자로 변모한다는 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현상이 점점 강해지는 속에서 온라인 속에서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어찌 보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온라인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보산업과 관련된 직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빠른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시장의 경우는 앞선 IT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타 국가에 비해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빈트 부사장은 “현시대는 고속 브로드밴드 기술력의 발전으로 인해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인프라가 가장 잘 발전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에 한국시장은 브로드밴드 애플리케이션의 실험실이라불릴 만큼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구글 역시도 시장경쟁에 적응하기 위해 더 빠르고 강력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IPV6 도입을 고려할 때
이번 강연에서 빈트 부사장은 자신이 30년 전에 고안해 낸 TCP-IP를 대체할 IPV6의 도입에도 심각한 고려가 진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가 현재는 25억개 수준이지만, 올해 말까지 30억 개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그 단말기를 활용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기에는 현 IPV4 체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빈트 부사장은 “30년 전 인터넷 초창기 시절 고민해야 했던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얼마만큼의 주소창이 필요한가 여부였다”며 “1977년 고심한 끝에 약 43억개 정도의 호스트 주소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당시 인터넷은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시점에는 더 많은 주소를 가동하기 위한 포맷이 필요한 상태”라며 “현 IPV4는 약 2011년이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현재야 말로 IPV6를 도입할 시기”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빈트 서프는 구글 현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로서, 구글 내에서 인터넷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을 찾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빈트는 로버트 칸과 TCP/IP 프로토콜 및 인터넷 기본 아키텍처를 공동 설계한 인물로, 지난 1997년에는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기술훈장을, 2005년에는 미국에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1998년부터는 나사제트추진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의 위원장과 ISOC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