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연합회가 지난 19일 처음으로 공식적인 반대의견을 발표했고, 다음날인 20일에는 홍보책임자들이 모여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특히 증권사에 결제업무를 허용할 경우 금융시장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추가 전산시스템및 자동화기기 투자가 진행될 경우 막대한 비용이 생겨나 결국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은행연합회 강봉희 상무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형 투자은행(IB)을 키우자는 것이 자통법 제정의 본래 취지인데도 증권업계가 이 취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로 훼손되고, 결제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호도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현 국면을 규정했다.
은행권이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상무는 “소비자들에게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질까 자제했지만 이제는 증권업계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투자증권의 ‘옥토’와 동양증권의 CMA가입 약관 등을 제시하며 “이미 증권사 CMA 등은 가상계좌를 통해 입출금, 자금이체, 공과금 등의 자동납부, 체크카드 발행 및 결제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가 지급결제업무를 못해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하는데, 증권사 고객이 곧 은행고객인데 불편할 리 없다”면서 “증권사가 불편하다는 얘기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증권사들이 CMA 마케팅을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논란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증권사의 수수료 부담이 지금보다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상무는 “소액결제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 대표 접속기관인 증권금융 및 결제 대행은행 등에 새로이 수수료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증권사가 CMA를 바탕으로 은행 보통예금과 경쟁하게 되면 은행도 단기 예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부담으로 확산 파급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지급결제시스템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들여 구축해온 사적 자산“이라고 못 박았다. ”사적자산인데 공유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데다 금융산업의 기본 구조가 훼손 될 가능성이 있고, 자금이체시장에서의 시스템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는 것이 은행권이 증권사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급결제업무 총괄 관리 기관이자 금융시장 최종대부자 역할을 맡은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증권사 소액결제시스템 직접참가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다 지금껏 공론화하지 않은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자통법에 증권사들의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될 경우 추정되는 증권업계 IT 신규시장 규모를 약 3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갖추려면 추가 전산 투자가 불가피하고 ATM기기를 2~4배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현재 업무시간 중에만 이용 가능한 증권회사의 자동화기기를 은행처럼 365일 24시간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안정성개선과 설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완비하고 자동화기기를 갖추는 것으로 비용지출이 끝나는 게 아니라 전산의 유지·보수 자동화기기 보안관리와 유지운영비용은 업무를 확대하는 만큼 늘어나 소비자들에 대한 수수료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같은 추가 투자와 유지·관리·보수 비용들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에는 각 은행의 홍보책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증권사가 주장하는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에 대해 심층 검토하고 추가 대응방안에 대해 고심했다. 앞으로 증권사의 주장이 부당함을 적극 알리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