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달인] 소박한 투자자, ‘잃지않는 투자’가 제격](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7031208053026085fnimage_01.jpg&nmt=18)
“가치투자 정량화·시스템화 구축이 최종 목표”
창간 15주년을 맞아 본지는 맡은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뤘고 모범이 될만한 금융인을 만나기로 했다.
이미 경지에 오른 달인일 수도 있고 자질이 출중해 큰 그릇으로 한창 발돋움하는 예비달인일 수 있을 그들의 숨결을 권역별로 담을 예정이다. 이번호에는 자산운용업계의 ‘투자의 달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단 1개월, 1주간의 펀드 수익률에도 일희일비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10년장기 펀드에 과연 진득이 투자할 수 있을까?
업계관계자들도 펀드출범 성공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 관심을 기울이던 업계 최초 10년 장기펀드인 ‘한국밸류10년주식투자신탁’의 한 복판에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CIO 이채원 전무가 서 있다.
일명 ‘한국의 워렌 버핏’, ‘가치투자 전도사’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올해로 주식인생 20년차에 접어든 펀드매니저업계의 맏형이기도 하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 조용한 말씨의 그가 주식과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돈다.
동원증권 입사 초기 상장된 기업 종목코드 700개를 달달 외의 ‘주식에 미친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주식과 종목에 대한 흥미와 관심, 연구는 CIO라는 위치에 오른 지금도 한결같다.
“많이 버는 것보다 결국 잃지 않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이라며 “이에 따라 깨지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안정적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이채원 전무.
현재도 수익이 날 수 있는 저평가 된 알짜 기업을 찾는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이 설렌다는 그의 20년 주식인생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기업탐방을 같이 나선 냥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 ‘과유불급’, 잃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선 그가 가치투자에 본격적으로 눈 뜨게 된 시기는 지난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지난 88년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 2년간 지점업무를 거쳐 90년도 초 ‘국제영업부’로 발령 나면서 일본 주재원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
이 전무는 “일본 주재원시절 피델리티나 노무라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매니저들과 많이 접하면서 선진금융노하우를 직접 눈으로 목격했었다”며 “이때 본격적으로 워런버핏과 피터린치 등 가치투자 대가들의 저서를 접하면서 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95년 본사 ‘국제영업부’로 귀국한 그는 본격적인 해외펀드 운용을 담당, 이어 투신운용사 설립 원년인 96년에 동원투신이 설립되면서 주식운용팀에 펀드매니저로 발탁됐다.
본격적인 펀드매니저로서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도 이 무렵.
올 들어 햇수로 20년째 주식인생을 맞이한 이 전무는 그동안의 숱한 희노애락 가운데 제일 아찔했던 순간은 IMF와 뒤이어 몰아닥친 기술주 버블시대였다고 회고한다.
그는 “IMF를 체험하면서 고객자산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일도 겪었었다”며 “그 당시 절실히 느낀 것이 결국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주 버블의 절정기인 99년도는 기업의 실적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가치주 종목들의 주가는 바닥을 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즉 시장전체가 비이성적으로 역행해 그야말로 가치주 업종들이 줄줄이 대폭락을 기록한 잔인한 시기였던 것.
이 전무는 “그 시절 보유했던 가치주 종목들인 한국전력이나 삼성화재, 유한양행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기존에 지녔던 가치관과 이론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뻔한 시기였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원동력이 되었다”며 “기술주 버블을 겪은 2000년대 초부터 가치주종목들이 부활하면서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성과를 톡톡히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20년 주식인생 중 최고의 전성기는 가치투자의 원칙과 이론이 고스란히 발현됐던 2001년부터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이때 주가와 기업의 내재가치는 역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중요한 원칙을 실감했었다”며 “이 외에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결국 내재가치가 인정받는 시기가 온다는 원칙까지 체험했으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공존했던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운용중인 한국밸류10년펀드의 런칭이 기대이상으로 성공적인 점, 특히 단기투자가 만연했던 투자자들이 3년간 환매제한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준 것도 뿌듯한 일”이었다며 “과거와 달리 장기투자에 대한 환경과 인식이 많이 개선 된 점도 근래 들어 손 꼽을만한 대표적 성과”라고 말했다.
◆ 가치투자는 내 운명
이 전무는 본인 스스로 소심하고 내성적 성격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오히려 이런 찬찬하고 침착한 성격이 가치투자툴로 펀드를 운용하기에 딱 적합했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설정한 바 목표와 원칙을 고수하며 장기간 펀드를 운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 전무는 “통상 시장이 조정기일때는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기에 바람직하고, 펀더멘털과 투자원칙을 두고 볼 때 상승할 수 있는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마음이 한 결 가볍다”며 “반대로 활황장세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 리스크관리에 더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IMF나 기술주 버블 등 시장의 대표적인 악재는 두루 경험했으니 이때의 위기상황이 지금의 ‘한국밸류10년펀드’를 운용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종목을 선정할 때 제일 중요시 보는 것은 PER와 PBR 등 정량적 지표와 함께 진입장벽이나 시장의 지배력 등 정성적 지표도 함께 참고하고 있다.
이 전무는 “PER가 10배 이하이면서 이익의 질이 구조적으로 안정된 기업, 자산가치 즉 PBR이 1이하인 기업을 주축으로 기업들을 살펴 본다”며 “아울러 정부가 보장해주는 수도,전기가스사업, 소비자들의 기호나 규모의 경제가 결합 되 경쟁력이 높은 밸류를 가지며 저평가된 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바쁜 와중에도 그는 최근 그동안 펀드매니저를 하면서 느낀 생각이나 필드현장에서 뛴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이채원의 가치투자’라는 저서를 발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전무는 저서집필 동기와 관련 “그동안의 투자 철학이나 원칙 등을 정리하며 기존의 투자원칙을 한 층 공고히 하고자 발간하게 됐다”며 “또한 최근 시장에 가치투자가 범람하면서 자칫 가치투자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을까하는 경계심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한 “덜 먹고 덜 깨지는 정말 소박하고 평범한 투자자들을 위한 지침서임을 꼭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 적성에 맞는 투자비법 파악 중요
이 전무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가치 투자를 시스템화 시키는 것이 최대 목적이라고 밝혔다.
즉 그동안의 원칙과 철학이 녹아있게, 장기간 유지되고 운용될 수 있도록 가치 투자에 대한 툴을 시스템화 시키고 싶다는 것.
이 전무는 “국내 가치투자의 성공적인 정량적 시스템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고 금리수준 이상의 수익률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제하며 “평범하고 소박한 투자자들일 수록 잃지 않는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인터뷰 말미를 빌어 개인투자자에 관한 조언으로 “대박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면서 “시장이 예전과 달리 안정됐기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크게 돈을 벌기는 힘들므로, 여러 가지 재테크 수단 중에서도 자신과 가장 적합한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방법이 존재한다 해도 누구에게나 꼭 맞는 완벽한 투자법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투자지론이다. 그래도 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적성이나 소질에 맞는 투자방식을 찾아 ‘내 몸에 맞는 투자’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무엇이든지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전무. 오늘도 그는 소박한 투자자들을 위한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기업탐방을 나선다.
<주요 경력·수상 소개>
<한국밸류자산운용 운용성과>
* 운용사 수익률 순위현황
* 10년펀드 수익률 순위
(일반주식성장형, 규모 500억원이상, 2007년 2월 26일기준)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