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新마케팅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점 형태 변경 및 고객 대응의 선진화 전략이 국내 고객의 금융행동과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토착화되고 있다.
단순히 고객을 세분류하고 창구를 일률적으로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은행과 인근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의 종합 점포 형태의 장점만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 금융기관의 레이아웃 형태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내 고객들의 금융거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우리나라 고유의 지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던 지점 재편 작업이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토착화되고 있다.
IMF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은행의 지점 변경은 이른바 수익성 높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집중하고 기타 단순 금융거래 고객은 자동화기기 이용을 유도했다. 수익 기여도에 따라 고객을 창구 입구에서부터 구분하는 방향으로 지점의 레이아웃을 바꾸고 고객의 금융거래 행태에 따라 담당하는 직원을 달리 배치하고 있다. 옛 주택은행의 경우 거래 금액(70만원)을 기준으로 거래 창구를 달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의 편리성과 수수료 혜택의 이유로 자동화 기기의 이용은 증가했고 기타 첨단 매체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지점 자체를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금 고지서를 들고 은행을 방문하고 소액 거래를 영위하는 고객은 상당수 남아 있다는 것이 은행 담당자들의 중론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선진금융 기관을 본따 지점의 형태를 바꾸었고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해당 은행과 지점의 성격, 그리고 국내 고객들의 금융행태를 반영해 고유한 지점형태를 구성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다수 일반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지점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사업부제 실시를 계기로 모든 지점 형태를 전면 개편중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하며 기업은행 고유의 지점 형태를 구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중이다.
한편 선진형 지점 형태를 최초로 도입한 신한은행의 경우는 변경 작업이 마무리 상태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익경쟁에 참여할 전망이다.
지난 99년부터 시작된 신한은행의 ‘밀레니엄 리테일 브랜치(MRB)’는 주거래 고객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면서도 일반 고객들에게 거부감과 반감을 주지 않고 있어 다른 은행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노후점포를 중심으로 교체작업을 진행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