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당기순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외국은행의 대표주자격인 씨티은행의 경우 2000년말 대비 지난해말 당기순익이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IMF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과 대규모 명퇴를 실시하면서 조직과 영업력이 위축된 가운데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던 외국 은행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은행들의 당기순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외국 은행의 경우 소폭의 순익 증가를 기록했지만 증가폭은 적어 외국 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은행의 맏형격인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920여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0년말 1470억원의 당기순익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감소한 수준으로 98년의 당기순익 1109억원보다도 190억원이 적은 규모다.
HSBC의 경우 2000년말 364억원이었던 당기순익은 지난해말 390여억원으로 늘어나 20여억원의 순익 증가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 98년 720여억원이었던 당기순익과 비교하면 순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한편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익이 크게 줄어든 원인을 국내 은행의 경쟁력 회복과 하이닉스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의 확대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IMF 이후 외국은행들은 국내 금융기관이 구조조정과 명퇴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들 외국 은행 출신들을 대상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스카우트 경쟁이 이어지는 등 외국은행은 물론 은행에 속한 직원들의 시장가치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크게 늘린 것도 씨티은행의 순익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됐다.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1200여억원의 여신에 대해 50%의 충담금을 적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국 은행의 이른바 선진금융기법이라는 게 국내 금융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외국은행들은 설정비와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일찌감치 도입해 시장을 확대했지만 이제는 국내 금융기관들도 대부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외국은행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