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부별 올해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전행적으로 추진하던 카드사업에 대한 분사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합병이라는 은행 차원의 전략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각 사업부별 업무추진은 별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 분사 작업 중단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제일은행과의 합병이 무산된 것이 아닌 상태에서 카드 분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일종의 낭비”라며 “제일은행과 합병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원수가 확보되고 조직이 확대되면 그때 분사를 추진할 지, 별도의 사업부로 유지할 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다른 관계자도 “제일은행과의 합병 논의가 일정 부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합병 추진으로 인해 본부의 사업 계획을 수립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계는 물론, 하나은행 내에서도 제일은행과의 합병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론의 배경은 하나은행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일은행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따른 것이다.
즉 현재의 제일은행 규모로는 하나은행과 대등 합병은 불가능하고 대규모 인력감축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먼저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강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지만 합병으로 인한 조직 갈등이나 직원들의 동요는 외견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합병에 따른 득실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람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합병을 주도한 은행으로서 누리는 장점에 대한 경험도 있다.
여기에 국민은행과 우리, 신한금융 등 거대 은행의 탄생을 계기로 이미 규모의 경쟁이 시작된 마당에 기왕이면 조기에 합병을 이뤄내 기존의 시장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가 내부적으로 통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