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본점의 지방이전 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조흥은행 본점이전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지난 99년 은행 구조조정당시 지방은행과의 합병 전제로 본점이전을 단서로 달았던 데서부터 비롯된다.
당시 조흥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의 합병을 면하고 충청, 강원은행을 흡수합병하는 조건으로 올해 연말까지 지방으로 본점을 이전키로 정부와 합의를 했었고, 오는 9월 MOU 재체결이 임박하면서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과연 조흥은행 본점의 지방이전은 실현될까. 일단 정부와의 약속임에도 불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MOU상에 지방이전 문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충청도 지역중 대전이나 충주중 한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했지만 선언적인 약속이였지 구체적으로 서류로 흔적을 남긴 것은 없다. 한마디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금에 와서 조흥은행측이 영업위축등 많은 부담을 안고 본점이전을 단행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상태도 과거 보다는 크게 호전된 상태여서 조흥은행은 어떻게든 ‘없었던 일’로 유야무야하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는 시각이다. 조흥은행측이 임직원들에 대해 이와 관련된 사적인 언급을 엄격히 통제하는등 일종의 ‘함구령’을 내리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도 이 같은 의중을 깔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부담은 있다.
옳든 그르든 정부와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불이행했을 경우 받게 될 여론의 비난등으로 무조건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이 이 문제의 출발부터가 정치적인 논리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변수로 지목된다. 충청도 지역의 거점도시로의 이전이 거론됐던데는 충청은행이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된데 따른 지역민의 반발등 지역정서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정치논리는 조흥은행 본점이전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를 가늠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구조조정으로 시중은행들이 불과 몇개의 대형은행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대형시중은행 한 곳을 특정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하는 경제논리와 맞부딪칠 경우 정치논리는 오히려 힘을 잃을 수도 있다.
특정지역으로의 이전으로 형평성 시비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논리는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조흥은행 본점이전 문제는 정치논리를 감안하더라도 ‘없었던 일’로 마무리될 공산이 높다.
이와 관련 예보는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의 경영정상화와 본점이전문제는 무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조흥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거나 은행의 입장에서 실익을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더욱이 지방이전은 공적자금 투입과 합병을 대신한다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일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의 의사대로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치논리의 족쇄를 끝내 벗어던지지 못하고 ‘본점이전 강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시기적으로 정권교체기라는 점, 그리고 현공동정권의 한 축을 이루는 자민련의 지역기반이 충청도라는 점등이 경제논리를 누르고 ‘지방이전 강행’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매듭돼야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