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손보업계의 지급여력기준은 책임준비금의 4%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생보의 경우 2003회계연도까지 4%를 적용토록 한데 반해 손보는 올 사업연도부터 곧바로 4%를 적용토록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 장기보험의 지급여력기준이 책임준비금의 1%에서 4%로 상향조정되면서 손보사 대부분의 지급여력비율이 99사업연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증시 불황으로 투자수익이 급감하면서 손보업계는 지급여력비율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특히 금감원의 지도기준인 100%를 간신히 넘긴 5~6개 손보사의 경우 상반기 결산시에는 1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 경우 경영개선 조치가 불가피하고, 증자나 후순위차입 등을 통해 지급여력비율 지도기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보업계는 생보와 마찬가지로 지급여력기준을 유예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최근 금감원이 감독규정을 정비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임에 따라 업계 담당자회의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키로 한 것이다.
금감원은 생보사의 경우 FY2000에는 책임준비금의 1%를 적용하고, 2001회계연도에는 2%, 2002년에는 3%를 단계별로 적용한 다음 2003회계연도부터 4%를 적용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그 이유는 이번 회계연도부터 한꺼번에 4%를 적용할 경우 2~3개 생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손보업계는 생·손보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손보사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호전되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증시가 불황을 겪으면서 대규모의 평가손을 기록한 결과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상반기 결산부터 지급여력비율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손보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금융기관의 평가지표에 민감하다”며 “지급여력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커다란 데미지를 입을 수 밖에 없으므로 계약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생보와 형평성을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30일에 있었던 이근영 금감위원장과 손보사 사장단의 공식 상견례에서 일부 손보사 사장단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李위원장은 “계약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들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해 가는 추세인만큼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금감원의 감독규정 정비를 위한 실무작업에서 이 문제가 검토될 수 있도록 적극 요청할 계획이어서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