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관계 관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문제는 고객 정보 수집. 풍부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생활 패턴이나 성향 등을 분석해야 궁극적으로는 수익성 위주의 일대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보사는 업무 특성상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은행의 경우 처음 거래할 때부터 고객이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이후 정기적으로 고객 정보가 축적된다.
이에 비해 생보사는 처음부터 설계사나 전화 등을 통해 고객을 ‘찾아 가야’하며 대부분의 고객 정보는 설계사 개인이 축적해 관리하게 된다.
최근 생보사들이 인터넷, 전화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신규 채널들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보다 아직 기존 설계사들이 확보해 유지 관리하고 있는 고객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따라서 생보사들이 CRM을 도입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설계사 조직의 효과적 활용’이다. 즉 설계사 조직이 고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데 CRM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개 금융기관들은 10%의 우량 고객들이 90%의 이익을 창출해 준다. 이 10%의 고객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바로 CRM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CRM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보다는 ‘알짜’ 고객 유지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생보사들의 경우 딱히 우량 고객이라고 할 만한 고객층이 형성돼 있지 않다. 생보사에서의 우량 고객이라면 수십개의 대형 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말하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월3만~1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보험에 한두개씩 가입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에서는 고객 하나 하나를 관리하는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같은 국내 생보사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CRM 구축 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DW나 데이터 마이닝 기법에서 접근한 백오피스형 CRM이 아닌 고객 접점 확보를 강화한 프론트오피스형 CRM 구축 사례는 전무한 실정.
현재 대한생명이 8월 완료를 목표로 DB마케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교보생명이 CRM을 도입하기 위해 업체 선정중이지만 모두 이런 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CRM을 도입할 다른 생보사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CRM이 구축돼도 현장에서 뛰는 설계사들이 그 중요성이나 효율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설계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관리 노하우를 뛰어넘는 CRM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