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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로 옮겨간 외환 영토 확장…4대 은행 ‘4色 맞춤형 카드ʼ [원화 국제화, 은행의 기회]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2 00:00

우리·하나, 실거래 앞세워 국채·FX·수탁 사업화
KB·신한, 결제망·글로벌망 기반 원화사업 시동

실거래로 옮겨간 외환 영토 확장…4대 은행 ‘4色 맞춤형 카드ʼ [원화 국제화, 은행의 기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정부의 원화 국제화 구상이 제도 구축을 넘어 실제 거래 단계로 이동하면서 은행권 외환 비즈니스도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 시범운영과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맞물리면서 역외 원화결제를 국채·FX·환헤지·수탁 등 연계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활용한 국고채 거래와 원화 스와프 등 실거래를 발판으로 사업모델 구체화에 나섰다.

우리은행이 국채와 FX를 묶어 투자 전후 수요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하나은행은 해외 거점과 외환 경쟁력을 활용해 국채·FX·수탁을 아우르는 전략을 내세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원화국제결제망 본운영을 앞두고 각각 시스템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있다.

역외 원화결제 24시간 가동

원화 국제화의 핵심은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국내 금융기관에 직접 원화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자국 영업시간대에 원화를 보유·결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RFI-K)이 국내 외국환은행에 개설한 통합원화계좌와 한국은행 원화국제결제망을 활용해 역외에서 발생한 원화 거래를 결제하는 구조다.

한은 원화국제결제망은 지난달 21일부터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참여한 가운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24시간 가동되며 정부와 한은은 내년 1월 본운영을 목표로 시스템 안정성과 거래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Korea Premium Weeks 2026'에서도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은 외환시장 개혁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도종록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원화 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진행 중인 점도 은행권에는 기회 요인이다.

한국 국채는 지난 4월부터 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되고 있으며 오는 11월 편입이 완료될 예정이다. WGBI 편입으로 해외 투자자의 국내 국채 투자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시점에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까지 갖춰지면서 국채 거래에 수반되는 원화 조달과 환전·환헤지 수요를 은행이 함께 확보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결제 인프라 확대는 은행 외환 비즈니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해외 투자자가 현지에서 원화를 조달·보유한 뒤 국고채 등 국내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결제를 담당하는 은행은 국채 매매와 환전, FX스왑 등 환헤지까지 거래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쟁의 초점도 국제결제망 참여 자체보다 해외 고객의 실제 거래를 확보하고 이를 채권·외환 등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채 투자 전후 수요 선점

우리은행은 원화 결제를 국고채와 외환 거래를 연결하는 채널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은 원화국제결제망 시범운영에 맞춰 전산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마쳤으며 시범운영 기간 결제망 안정성과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해 본운영에 대비한다.

실거래 이후 해외 금융기관의 후속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ICSD를 통한 국고채 매매·결제와 FX를 연계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글로벌 은행과 헤지펀드 등 다수 해외 금융기관이 ICSD 기반 국고채 거래에 관심을 보이면서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 잠재 투자 수요 발굴과 온보딩을 진행하고 있다. 기관별 가격을 제시하며 후속 거래 체결도 준비 중이다.

해외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금리·외환 시황 브리핑도 매일 제공하고 있다.

사업화의 핵심은 국채 투자 과정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한데 묶는 것이다.

국고채 전문딜러(PD)로서의 국채 영업 역량과 외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고채 매매와 환전·환헤지, FX스왑, 통화스와프(CRS) 등을 원스톱 패키지로 제공하고 이를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와 연계할 계획이다. 결제 자체보다 국고채 투자 전후에 발생하는 외환 수요까지 함께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네트워크도 고객 확보 창구로 활용한다.

우리은행은 런던·싱가포르·도쿄·중국·베트남 등 해외지점 5곳을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으로 등록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해외지점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화 결제를 단순 결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외환거래와 역외 원화계좌 등 기존 외환 비즈니스와 연계해 종합 금융 솔루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해외 고객의 원화 활용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글로벌망 앞세워 거래 확대

하나은행은 외환 경쟁력과 글로벌 영업망을 앞세운다.

한은 원화국제결제망 구축 초기부터 전산 시스템과 제반 준비에 참여했고 지난달 21일 시범운영 개시 당일 시범거래도 완료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해외 RFI와 원화 스와프 거래를 체결하고 ICSD를 통한 국고채 달러결제도 성사시켰다. 당시 런던지점의 프런트·미들·백오피스가 해외 금융기관 및 역외 투자자와 같은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거래 성사 이후에도 해외 금융기관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하나은행 설명이다.

하나은행 전략의 방점은 해외 영업시간대의 거래 대응력을 상품·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있다. 자체 FX 플랫폼인 'Hana FX Trading System'을 활용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RFI-K 도입에 맞춰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 대상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홍콩 등 주요 금융 허브를 포함해 전 세계 27개 지역에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원화 결제 인프라가 주중 24시간 체제로 넓어질수록 국내 본점뿐 아니라 런던 등 현지 거점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고객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핵심 경쟁력인 외환을 중심으로 KTB와 FX, 커스터디 서비스를 아우르는 All-in-One 금융 솔루션을 확대 제공할 계획"이라며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원화 관련 상품과 거래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KB·신한, 결제망·글로벌망 정비

KB국민은행은 원화국제결제망 본운영에 앞서 시스템 안정성과 거래 절차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한은 요건에 맞춘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은이 진행한 테스트에 참여했으며 최종 점검 테스트도 완료했다. 현재는 참여기관 간 개별 테스트를 이어가며 전산망 연계뿐 아니라 자금이체를 포함한 거래 전반을 점검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원화 국제화 사업모델을 내세우기보다는 결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단계다. 본운영 이후 역외 원화 거래가 늘어나면 현재 구축한 시스템을 실제 고객과 외환 거래로 연결하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기존 글로벌 영업망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범운영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검토 중이지만 런던·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와 일본 SBJ은행, 베트남·중국 등 리테일 영업 기반을 갖춘 해외 네트워크를 시장별 특성에 맞춰 활용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두 은행은 준비 방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민은행이 결제망과 거래 절차의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면 신한은행은 기존 해외 네트워크를 원화 비즈니스와 연결할 접점을 찾는 모습이다. 한은 원화국제결제망이 본격 가동되면 같은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원화 수요를 실제 거래로 전환하는 역량이 은행별 차별화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실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국채·FX·수탁 등 사업모델을 먼저 구체화한 가운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본운영 이후 원화 비즈니스의 접점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원화 결제가 반복 거래로 이어지고 이를 추가 외환·투자 서비스와 연계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향후 경쟁의 관건이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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