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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은 투자 상품이 아닌 삶의 마지막 안식처

박진이 SR 상임감사

기사입력 : 2026-07-31 13:25

박진이 ㈜ 에스알 상임감사- 前 대통령경호처 부장- 前 테러학회 이사

박진이 ㈜ 에스알 상임감사- 前 대통령경호처 부장- 前 테러학회 이사

요즘 아파트 가격 뉴스를 접할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재건축 기대감에 수억 원씩 가격이 뛰었다는 이야기가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어느 지역이 더 오를지, 어떤 단지가 다음 투자처가 될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었다. 자산 형성의 수단이었고, 가족의 미래를 지켜주는 울타리였으며, 노후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많은 사람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일했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삶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집의 본질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집은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몸을 쉬게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은 생활공간보다 금융상품에 가까워졌다.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인가 보다, 앞으로 얼마나 오를 집인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젊을 때와 달리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젊은 시절에는 출퇴근 시간이 중요하고, 학군이 중요하며, 투자 가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전혀 다른 문제가 삶의 중심에 들어온다.

계단 하나를 오르는 일이 부담스러워지고, 병원까지의 거리가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매달 나가는 관리비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 동안 경호와 안전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사고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너무 익숙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공간에서 발생한다.

특히, 노년층의 안전사고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외관이나 첨단 시설이 사고를 막아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충분한 조명, 미끄럽지 않은 바닥, 손잡이가 설치된 욕실, 장애물이 없는 동선 등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주거 공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고급 마감재와 조망권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노후에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병원과 마트가 도보 생활권에 있는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적은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가 훨씬 중요해진다.

최근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주거의 이상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높은 층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초고층 주거가 항상 노후 생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정전이나 화재 같은 비상상황, 이동의 불편함, 높은 관리비 부담 등은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 역시 이미 시작되었다. 과거처럼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도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비싼 집을 소유했는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선택했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노후 주거의 핵심은 화려함이 아니라 안전이다. 투자 가치가 아니라 생활 가치다. 집값 그래프가 아니라 내가 매일 걸어 다니는 동선이다. 그러니 앞으로 집을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오를 집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내가 20년 뒤에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평지에 위치해 있는지, 생활 편의시설이 가까운지, 관리비 부담은 적정한지,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게 좋겠다.

집은 결국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공간이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바라보며 오히려 더욱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좋은 집은 가장 비싼 집이 아니다. 좋은 집은 나이가 들어서도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고, 몸이 불편해져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안전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집이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요동치더라도 변하지 않는 집의 본질은 바로 그곳에 있다.

박진이 SR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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