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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OCI 택한 한미 송영숙, ‘백기사의 야심’ 보았나

정경환 기자

ho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6 17:37 최종수정 : 2026-03-17 23:37

[한국금융신문 정경환 기자] 결국 물러났습니다. 한미약품이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입니다. 박재현 대표가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갈등 속에 자리를 내놓은 것인데요, 오너 송영숙 회장이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던 모양입니다.

오너 간 경영권 분쟁 끝에 새출발을 다짐한 한미약품. 하지만, 안타깝게도 1년 만에 다시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이 OCI와의 통합을 이뤄냈다면 달라졌을까요. 지금에 와서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송영숙 회장의 ‘OCI 카드’가 새삼 떠오릅니다.

앞서 한미약품과 OCI홀딩스는 지난 2024년 1월 그룹 통합 계획을 알렸습니다.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올라서고, 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 1대주주에 오르는 구조였습니다. ‘이종기업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제약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죠.

‘대한민국 대표 연구개발(R&D) 중심 제약기업’ 한미그룹은 왜 OCI그룹과 통합하겠다고 결정했을까요. 한미그룹은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이번 통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도 통합 모델의 한 축인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부문에서 폭발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과 함께,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긴박한 자금 수요에 대한 숨통이 트여 안정적 미래성장 동력 창출의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송영숙 회장의 두 아들,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미약품이 OCI에 사실상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래라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반기를 들었죠. 이 때 형제들 편에서 백기사로 등장한 이가 신동국 회장입니다. 그는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당시 한미사이언스의 2대주주였습니다. 신동국 회장을 등에 업은 형제는 그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끝에 OCI와의 통합 건을 무산시킵니다.

그렇게 오너가(家)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싱겁게 마무리되는가 싶었으나,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무렵, 신동국 회장의 행보가 의미심장합니다.

주총에서 형제의 손을 들어준 그는 불과 4개월 후인 2024년 7월, 형제의 손을 놓습니다. 모녀, 즉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과 손잡고 연합세력을 구축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모녀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6.50%를 신동국 회장에게 넘깁니다.

이후 수세에 몰린 형제는 싸울 의지를 잃습니다. 형인 임종윤 당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024년 12월 어머니에게 지분을 넘기며 투항했고, 이듬해 2월엔 동생 임종훈 당시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직을 내려놓으며 1년 여간의 분쟁이 일단락됩니다.

그런데 승리한 모녀 측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세간에선 ‘신동국 회장이 최종 승자’라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분쟁 과정에서 지분을 늘려 한미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키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신동국 회장이 누구 손을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뉘었죠.

이후로도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힘을 키웠습니다. 어느덧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른 그입니다.

그런 신동국 회장을 바라보는 송영숙 회장은 어떤 마음일까요. OCI와의 통합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코자 했던 한미그룹이 ‘백기사’로 인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예단하긴 이릅니다. 백기사가 이름 그대로 백기사로 남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백기사의 비호 아래 한미그룹도 지금까지의 소란을 뒤로 하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겠지요.

다만, 송영숙 회장에게 있어 신동국 회장은, 애초 백기사이긴 했을지 문득 궁금해졌을 뿐입니다.

정경환 한국금융신문 기자 ho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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