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인터뷰 - 김승주 고려대 교수] "블록체인은 줄기세포…긴 호흡으로 봐야"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5-08 00:00 최종수정 : 2018-05-08 04:56

'블록체인 만능주의' 경계…한국엔 전문가 없다
'블록체인 생태계 위한 과제・전략' 주제발표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블록체인은 줄기세포와 같습니다. 유망한 기술이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죠.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블록체인 기술로 확대되며 국내 암호학 권위자인 그에게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폭증했다. 그럼에도 김승주 교수는 여타 전문가와는 달리 자신을 블록체인 전문가로 소개하지 않는다. 국내엔 블록체인 전문가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또 그는 블록체인의 밝은 미래만을 설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 블록체인 붐이 불면서 잘못 이해된 부분이 많다고 꼬집는다.

예컨대 금융부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블록체인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결과다. 김 교수는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안 되는 공개 데이터베이스"라며 "공인인증서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으면, 해킹을 당하더라도 여럿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용성이 확보될 뿐이지 인증 기술을 대체한다는 얘기는 틀린 얘기"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결제가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도 어렵다. 은행과 같이 중앙화된 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가상화폐 이용 거래장부(일명 '블록')를 다수의 사람이 만들 경우, 사용된 가상화폐와 사용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구분하는 등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은 현재의 신용카드 시스템만큼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며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는 절대로 중앙집중형 데이터베이스의 합의 시간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의 주장엔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이 배제돼 있다. 블록체인의 이념은 권위로부터의 탈피 즉, 탈중앙집중화에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을 활용한 보상 개념을 창시한 이유도 중앙기관인 은행이 없는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구성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참여 가능한 퍼블릭(public) 블록체인만이 블록체인이며 소수에게 권위를 위임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블록체인이라고 할 수 없다. 줄기세포와 같은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난제는 진정한 의미의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다.

김승주 교수는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욕을 먹는 이유는 이상향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말하면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들고와 투자를 받기 때문"이라며 "분산화 가상화폐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s)도 이름만 그렇지 실제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해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탈중앙화시키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거래소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물 화폐와 코인이 거래소 소유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안된 덱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한 것이며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덱스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단 분석이다. 그는 "덱스는 작은 모델에선 돌아가지만 큰 모델에선 안 돌아간다"라며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는 합의를 거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거래소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초단타 매매가 이뤄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당면한 난제는 '퍼블릭' 이상향 실현 외에도 '확장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이들은 반비례 관계에 있어 해결이 불가능에 가깝다. 더 많은 사람이 블록 형성에 참여할 경우(확장성) 데이터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기 때문에 기밀성(confidentiality)이나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한 구조(보안성)가 형성된다. 확장성이 높아지면 보안성이 떨어지고, 보안성을 확보하면 반대로 작업증명 기반의 합의 방식 등으로 참여율이 떨어진다.

한편 김승주 교수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 발전을 분리해 접근하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은 블록체인 본연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잘 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역할은 블록체인 생태계가 스스로 성장하게끔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진흥원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등 돈을 들이면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단기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시장에 건전한 기술 관련 정보가 많이 공급되도록 하는 것과 시민 감시단체를 지원하는 것 등의 감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승주 교수는 오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되는 '2018 한국금융미래포럼'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금융미래포럼은 '블록체인-핀테크 생태계 선도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2개의 세션과 5개의 주제발표로 진행된다. 각 주제발표에는 한국과 일본의 블록체인, 핀테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해당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정립하는 한편, 블록체인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전체보기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금융 다른 기사

1 “정책금융 심장 쪼개지 말라”…산은·기은·수은 2000명 여의도 집결 [막 오른 금융권 하투(夏鬪)]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도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3개 은행은 11일 저녁, 창립 이래 최초의 공동 집회를 통해 정부의 기관이전 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지역균형발전과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이라는 명분이 있는 반면, 기업·금융회사·전문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까지 물리적으로 분산할 경우 금융 경쟁력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정책금융 심장 쪼개기” 초유의 국책은행 3사 공동집회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지방 이전이 단순한 본점 소재지 변경을 넘어 정책 2 예보 지방이전, 위기 대응 '거리'가 변수…노조·전문가 "금융안정 핵심기능 서울에 둬야" [막 오른 금융권 하투(夏鬪)]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금융위기 대응 속도와 금융당국·금융사 접근성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 뱅크런으로 위기 대응 시간이 짧아진 만큼 단순한 기관 분산보다 예금자 보호와 금융안정 기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예보 노조는 11일 서울 중구 예보 본사에서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와 정책토론회를 열고 적정 입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이 집중된 서울의 현행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디지털 뱅크런…금융 정보 접근성 부각연구진은 약 4개월간 예보의 금융안정 기능과 지방이전의 정책 효 3 박준석 NHN KCP 대표, 매출·거래액 역대 최대…미래 경쟁력 강화 [금융사 2026 상반기 실적] 박준석 NHN KCP 대표가 결제 본업의 견조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우량 가맹점 확대와 온라인 결제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거래액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본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에이전틱 커머스와 스테이블코인 등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며 미래 결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N KCP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8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이다.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한 154억원으로 집계됐다.NHN KCP 관계자는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