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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생가’와 ‘바젤II’

김미선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1-16 17:56

[기자수첩]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괴테의 생가는 2차 대전 당시, 폭격을 맞았다. 5층짜리 건물은 1층 계단 4개 높이의 잔해만 남기고 부서졌다. 독일인들은 파괴된 괴테 생가의 유물은 물론, 남은 벽에 발라져 있던 벽지까지 뜯어내 보존하다가 전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냈다.

지금 괴테의 생가는 독일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들르는 세계적 관광지이자 독일의 ‘聖地’가 됐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에서 계동길을 따라 중앙고등학교 방면으로 100m쯤 올라가면 중앙목욕탕을 끼고 도는 골목길 안쪽에는 35평 남짓한 ‘ㄷ’자형 한옥이 자리잡고 있다. 1919년 3·1운동 당시 만해 한용운 선생이 천도교 신파의 거두였던 최린 등과 함께 거사를 계획하고 중앙학교 강사로 활동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옛집이다.

이 집은 서까래가 썩고 기왓장이 무너져 내려 방치되고 있다. 종로구와 서울시에서는 “근현대 건축물의 경우 뚜렷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입증되지 않으면 문화재로 지정되기 어렵다”며 복원 및 보존 작업을 미루고 있다.

얼마전 기자가 만난 독일 이모방크(WestDeutsch Immobilion Bank)의 임원은 “국제결제은행(BIS)이 2007년 1월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기준, 바젤II(신 자기자본협약)에 대비하는데 그동안 잃어버리거나 파괴된 신용리스크 관련 데이터를 복원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면서 “BIS의 법안이 변한다 해도 기본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파괴된 데이터는 비슷한 은행으로부터 사와 HDB(Historical Database)에 보관하고 있으며 2007년까지 최소 3년치의 데이터를 빠짐없이 확보하기 위해 2004년 1월부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젤II에 대비하자니 신용리스크 관련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아 고민”이라면서 “BIS에서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도 아니고 국내 감독당국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지 않아 바젤II 도입에 언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행과 국내 은행들이 바젤II에 대응하는 태도의 차이가 독일과 한국의 문화재 복원 노력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2차 대전 당시 괴테의 생가도 파괴됐고 지금 만해 한용운 선생의 옛집도 허물어지고 있다. 독일인들은 재빨리 생가를 복원해 국제적인 관광지로 만들었지만 만해 선생의 옛집은 무관심속에 옛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 감독국과 은행들이 바젤II 도입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만해 선생의 옛집처럼 허물어뜨리지 않길 바란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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