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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RI펀드…“무늬만 SRI”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7-07-10 00:49

일반펀드와 포트폴리오 다를 바 없어
펀드매니저 수익률 압박 취지 못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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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약 100여개에 달하는 국내 SRI(Social Responsi bility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펀드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이 시가총액 상위 10개 주식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펀드와 별 차이가 없는 포트폴리오에 대해 SRI 전문가들은 펀드매니저가 SRI 철학을 살리기 어려운 자산운용사 구조와 SRI 전용 벤치마크지수 개발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SRI 펀드 포트폴리오의 평균 50%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 네이버, SK하이닉스, 롯데케미칼, 현대차, 삼성물산, 한국전력, 포스코, 삼성생명 외에도 GS건설, SK텔레콤, KB금융 등 우량주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SRI는 ESG 평가 데이터에 기반을 둔 투자다. ESG란 재무외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이다. 이 차원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그 결과가 좋게 나온 기업에만 투자하는 게 사회책임투자다. 사회 환원, 복지, 배당정책 등이 바람직한 기업의 성과가 장기적으로 볼 때 우수할 것이라는 관점이 깔려있는데, 국내 투자 풍토가 기업의 가치를 수익성, 성장성 등 재무적 요소에만 역점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SRI 전문가들은 SRI 펀드가 일반적인 펀드와 포트폴리오상 차이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국내 SRI 펀드는 걸음마 단계’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SRI 스펙트럼은 범위가 넓지만 이 펀드는 일반 펀드와는 근본적인 출발점이 다르다” “쉽게 말해 반사회적인 기조나 행적을 지닌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수익률보다도 우선시 돼야 하는 펀드”라고 말했다.

SRI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일반펀드와 차이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펀드매니저가 수익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산운용사의 구조를 지적했다.

SRI 펀드 자문을 맡고 있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SRI 펀드를 운용하려면 펀드매니저 나름의 생각과 관점이 필요하다”며 “‘사회책임투자’라는 관점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수익률을 훼손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분의 펀드매니저가 벤치마크인덱스를 따라가기 바쁘기 때문에 종목 선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SRI 펀드의 특수성 때문에 아예 5년에서 10년까지의 폐쇄형 구조로 펀드를 설정하거나, 파격적인 세제혜택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외 이익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SRI 벤치마크 인덱스가 개발돼 있지 않은 현실도 문제시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SRI 철학에 맞는 벤치마크 인덱스를 개발하고 그를 추구한다면 일반 펀드와 같은 수익률 추구로부터 자유로운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장하성 펀드’ 유행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알려진 SRI 펀드는 최근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SRI 펀드는 설정액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추진력을 얻는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을 뜻한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직접적으로 책임투자를 하는 SRI와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투자에 재무 외적인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에 있어서는 방향성이 일치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공모형 SRI펀드를, 메리츠자산운용은 사모형 SRI 펀드를 출시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자산운용 최영권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사회책임투자를 유망 투자테마로 꼽으며 SRI펀드를 출시했다. SRI 공모펀드가 신규 설정된 것은 2009년 ‘마이다스책임투자 펀드‘가 출시된 이래로 약 8년만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SRI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최근 강세장과 맞물려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설정된 SRI 펀드 중 60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마이다스책임투자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 28%를 상회하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SRI 펀드의 장기수익률은 5년 기준 평균 4%대를 웃돌았다. ‘멀티에셋코리아베스트알토란’이나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는 연초 이후 수익률은 높았지만, 3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현 성과와는 무관하나, 코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관수가 늘어나면 가시적인 SRI 성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성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며 “ESG 평가와 투자성과의 관련성 논쟁은 10년 전부터 있어왔으나, 금융선진국에서는 이미 의견이 합일된 상태”라고 전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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