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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상시 울리는 ‘사이드카’, 안전판인가 매매 신호인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07 14:52 최종수정 : 2026-04-08 08:59

코스피 올들어 12회 발동…“시장 안정 vs 트레이딩 시그널” 논쟁 확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환율 충격이 겹치며  ‘사이드카’가 최근 들어 사실상 ‘상시 경고음’처럼 울리면서, 본래의 안정 기능보다 투자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 이미지는 본 기사 내용을 토대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환율 충격이 겹치며 ‘사이드카’가 최근 들어 사실상 ‘상시 경고음’처럼 울리면서, 본래의 안정 기능보다 투자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 이미지는 본 기사 내용을 토대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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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환율 충격이 겹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 급변 시 완충 장치로 설계된 ‘사이드카’가 최근 들어 사실상 ‘상시 경고음’처럼 울리면서, 본래의 안정 기능보다 투자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12회로 집계됐다.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6회)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8차례 발동되며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 국면을 반영했다.

문제는 사이드카 발동이 더 이상 ‘예외적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하루 사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뒤 다음 거래일 곧바로 매수 사이드카가 이어지는 등 극단적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진입·청산 타이밍’을 알려주는 공식 이벤트로 활용되는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동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된 지난 3일, 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날 개인 투자자는 하루에만 6조8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후 반등 국면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는 ‘역매매’ 패턴이 반복되면서, 사이드카가 변동성 완화 장치가 아니라 단기 트레이딩을 자극하는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논쟁의 중심에는 20년 가까이 유지된 발동 기준이 있다. 현재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움직인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문제는 알고리즘 거래와 고빈도 매매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재 환경에서는 가격 변동의 속도와 폭이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 국면에서는 코스피200 선물 일평균 변동폭이 4%대를 기록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사이드카가 발동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상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작동해야 할 장치’가 사실상 상시 작동 가능한 구간에 들어온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단순히 발동 횟수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제도 설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동 기준을 ±7% 수준으로 확대하거나, 발동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안, 변동성 지표와 연동하는 ‘탄력적 기준’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시장이 서킷브레이커를 중심으로 단계별·시간별로 차등화된 다층 구조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국내 제도는 상대적으로 단일 트리거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성급한 개편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변동성 확대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전쟁 등 외생 변수에 따른 일시적 충격일 가능성이 큰 만큼, 기준 완화가 오히려 시장 안전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 사이드카가 자주 발동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시장에 경각심을 주고 과열을 완화하는 기능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이 오래된 만큼 점검은 필요하지만, 발동 횟수 증가만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쟁점은 사이드카의 존폐가 아니다. 이 장치가 실제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투자 행동을 왜곡하는 ‘신호’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비상벨로 설계된 장치가 매매 타이밍으로 읽히는 순간, 제도는 본래 목적을 잃는다. 이제는 발동 횟수가 아니라 사이드카가 시장에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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