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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그들은 누구인가?

주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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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4-11 21:47 최종수정 : 2012-04-12 13:41

권역별 자금성격 따라 투자성향도 달라

국내 주식시장의 주된 투자주체는 흔히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와 연기금·금융회사·투자펀드 등 기관투자자 그리고 외국인으로 나뉜다. 시장상황에 따라 변화는 많지만 이들 세 투자주체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35% 가량으로 엇비슷하다. 이처럼 양적으로는 비슷한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왔던 주체는 단연 외국인 투자자였다.

◇ 1992년 국내증시 개방 이후 참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부터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일반법인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까지만 주식소유가 허용되는 등 이런저런 제한이 많았다. 갑작스런 개방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199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조금씩 외국인의 투자한도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월부터는 공공법인을 제외한 전 일반법인에 대해 투자한도 제한이 완전 철폐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또다른 주역으로 본격 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2001년말 36.6%였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003년에 40%선을 넘기더니 이듬해인 2004년에는 42.0%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며 그 비중이 각각 28.7%, 30.4%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보유 시가총액 규모 자체는 지난해 4월말 사상최대치인 412.5조 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시못할 위용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지난 3월 12일 현재 외국인 투자자 보유 시가총액과 비중은 각각 381.7조 원, 33.2%를 기록했다.

◇ 국내 투자지형에 변화 가져와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는 덩치를 키워가며 국내 주식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면 주가가 내려가고 사면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이들의 투자동향은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에게도 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덩치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외국인 투자자만의 독특한 투자 행태가 우리나라 투자 지형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투자 문화.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국내 투자자들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대체로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펀더멘탈은 우수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해 저평가됐던 종목을 다수 발굴해 사들였고, 결국에는 이익도 많이 남겼다.

특히 외국인들은 우량주와 배당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소위 단타를 통한 시세차익 실현에만 관심을 가졌던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란 이런 것’이라는 점을 한 수 가르쳐줬고, 국내기업의 입장에서도 투명경영과 함께 주주에 대한 배당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만드는 등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 외국인 따라하다 실패한 국내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다 보니 한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위 ‘외국인 따라하기’가 유행한 적도 있었다. 이를테면 외국인 투자자가 어떤 특정 종목을 사면 개인투자자들이 뒤이어 사고, 또 팔면 뒤따라 대거 매도에 나서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외국인 따라하기식 투자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물론 따라하기로 수익실현에 성공한 투자자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려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주가가 추가적으로 오르게 되면 이익을 보는 것은 결국 먼저 산 외국인 투자자들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이 손 털고 난 후 뒤따라 매도에 나서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단순히 따라하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하자는 것이다. 각종 연구기관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바로 SK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이 지난달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분석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SK증권이 발표한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 자체에 대한 분석을,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들이 언제 국내주식을 팔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 장기투자 성향의 영미·서유럽계 자금

먼저 SK증권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부터 살펴보자. SK증권은 국내 투자 외국인을 권역별로 영미계와 서유럽계, 조세회피지역, 중동 및 아시아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에서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아무래도 미국이 포함된 영미계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부터 유입한 자금을 통칭하는 영미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자금의 55.1%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미계 자금의 특징은 장기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시각 등 철저하게 시장의 펀더멘탈에 기초해 추세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즉, 해당 시장(국가)이 얼마나 건실한 체력을 갖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경기상황에 맞추되 길게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영국을 제외한 주요 유럽국가를 통칭하는 서유럽계 역시 장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영미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지표와 펀더멘탈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다소 다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전체에서 서유럽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로 낮아졌다. 바로 전년도인 2010년말에 그 비중이 1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유럽계 자금 흐름의 지속성은 앞으로도 지속되고 그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 증시 변동성 높이는 투기주범 조세피난처

조세회피지역은 룩셈부르크, 케이만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Tax Heaven)’로 알려진 국가를 통칭한다. 글로벌 경기동향이나 펀더멘탈에 기초한 장기투자 성향을 보이는 영미계나 서유럽계와는 달리 조세회피지역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그 이름에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듯이 레버리지 투자를 통한 투기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입된 헤지펀드라는 점이다. 비록 그 비중은 8.1%로 다른 권역에 비해 낮지만, 단기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주범이 바로 조세회피지역 자금이다.

반면 중동 및 아시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든든한 우군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일본, 중국 등에서 유입되는 중동 및 아시아 자금은 대부분 그 나라의 국부펀드로서, 2009년 이후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중국, 싱가포르, UAE 등 신흥국의 국부펀드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아직까지는 크지 않아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 외국인은 언제 사고파는가?

이렇듯 외국인 투자자는 권역별로 다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보유주식을 매도하는데 있어서는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는 특징이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오태동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그 근거로 △국내증시에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계 자금 흐름의 계절성 △글로벌 신용 위험 △원/달러 환율 △미국 ISM제조업지수 등 네 가지 변수를 들었다.

즉, 뚜렷한 계절성을 보이며 미국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초여름(5월)경에, 글로벌 신용 위험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때,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미만으로 진입할 때, 그리고 미국경기를 가장 빨리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ISM제조업지수가 53을 하회할 때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는 패턴을 지금껏 보여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사들이는 때는 언제일까?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에 간접적인 해답이 들어있다. 금감원은 “올 들어 지난 2월말까지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는 10조 원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면서 “미국경기 회복 기대감, 유럽 재정위기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현상 강화,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고 밝혔다. 이중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면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유동성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B), 유럽중앙은행(ECB)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올 한해 동안 글로벌 유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외국인 투자자의 시가총액 및 비중 추이(코스피) 〉
                                                 (단위 : 조원, %)
(자료 :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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